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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된 교육풍토 돌아보게 하는 美 대입문제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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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된 교육풍토 돌아보게 하는 美 대입문제 유출

입력
2016.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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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중 하나인 ACT 한국시험이 문제 사전유출 정황으로 시험 당일인 지난 11일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ACT사는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3,000여 미국 대학은 지원자에게 ACT나 SAT 성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ACT 시험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ACT사는 시험 문제의 유출 시기와 장소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강남 학원가에서는 며칠 전부터 문제가 유출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고 한다. ACT는 문제은행 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해당 일자 시험 고유번호를 알면 어떤 형식의 문제가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수천 만원을 내면 ACT문제를 시험 당일 새벽에 알려주는 어학원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보면 ACT 고득점을 장담한 일부 어학원의 장담이 허언만은 아니었다는 심증이 든다.

한국은 이미 SAT 문제 유출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13년 SAT 주관사는 기출문제 불법 유통을 이유로 한국에서의 시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검찰은 당시 기출 문제를 유통시킨 전문브로커와 강남 등지의 어학원 운영자, 강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2007년에는 SAT를 태국에서 먼저 치르고, 한국에 문제를 넘겨주는 ‘시차 커닝’으로 한국 수험생 900명의 성적이 취소되기도 했다.

ACT나 SAT 문제 유출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나 다름 없다. 갑작스러운 시험 취소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불편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당장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수천 명의 학생들이 일정 차질 등의 피해를 보게 됐다. 국가 이미지도 실추될 게 뻔하고,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시험을 외국에서 볼 경우의 불편과 경제 손실도 만만찮다.

외신은 이번 시험 취소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미국 대학 입학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악명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미국 대입에서 ‘코리안 디스카운트’라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마저 나돈다.

문제 유출이 되풀이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득점을 받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성적 지상주의’에 돈벌이에만 급급한 학원들이 가세한 결과다. 오직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한국 교육계의 잘못된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점수만능주의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함께 부정행위가 발붙일 수 없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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