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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D-1 팽팽한 긴장 속의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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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D-1 팽팽한 긴장 속의 런던

입력
2016.06.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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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런던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의 피살 이후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반등하면서 찬반 여론도 비등해졌다. 브렉시트 반대가 찬성 여론을 뒤집었다는 일각의 관측 속에 금융시장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국인들의 표심은 여전히 ‘영국 우선주의’와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21일 내내 EU 잔류 진영과 탈퇴 진영 자원봉사자들은 런던 중심부 지하철역 곳곳에서 마주쳐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저녁 런던 북서부 웸블리에서 BBC 주최로 열린 대형 토론회에는 보리스 존슨과 사디크 칸, 전현직 런던시장이 맞붙은 가운데 양측 각각 3,000명이 운집해 각자가 지지하는 진영의 발언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국민투표 이틀 앞두고 팽팽한 찬반 여론

표면적으로는 브렉시트 반대, EU잔류 여론이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영국 사회연구조사기관인 냇센(NatCen)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반대가 53%로 찬성인 47%보다 6%포인트 높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ORB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도 반대가 53%로, 찬성인 46%보다 7%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하지만 이달 초만 해도 찬성 여론이 반대를 앞지르며 브렉시트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찬성이 반대에 비등할 정도로 상승했다는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신 여론조사 7건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찬반 지지율이 44%로 같았다. 반전의 변곡점은 16일 발생한 콕스 의원 피살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10∼1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13건 중 9건에서 찬성이 앞섰으나 20일 최신 조사 3건 가운데선 2건이 반대 우위였다. 일간 텔레그레프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EU 잔류 쪽에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며 “잔류 지지자 중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7일 여론조사에는 54%에 그쳤지만 20일 공개한 조사에서는 69%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23일 투표 결과를 아무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찬반 양 진영은 총공세에 돌입했다. EU 탈퇴 진영은 난민 위기와 터키의 EU 가입 문제를, EU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위기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팽팽히 맞섰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BBC방송에 출연해 “북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정책이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남쪽에서는 그리스 경제 악화로 유로존 위기가 확대되는 그런 EU의 회원국으로 남고 싶은가”라고 감정에 호소했다. 반면 영국 옥스포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96개 대학의 총장ㆍ부총장들은 이날 영국 유권자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브렉시트가 우리 대학과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자발적으로 세게 최대 경제블록에서 빠져 나온다면 학술과 혁신에서 세계적 리더로서 갖는 우리의 입지가 약화할 것”이라고 EU잔류를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후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대중 연설을 통해 “머물면 강해지고, 떠나면 약해진다”라며 “브렉시트는 영국 전체는 물론 영국 모든 가정과 직업을 위협할 것이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브렉시트로 빚어질 모든 문제는 결국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다”고 덧붙이며 EU 잔류의 절박함을 주장했다.

소로스 “브렉시트 때는 검은 금요일”경고

브렉시트의 파장은 영국과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말을 아끼던 각계 지도자들도 각기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특히 헤지펀드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85)가 브렉시트 때는 ‘검은 금요일’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로스는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문을 보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난다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급전직하해 검은 금요일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낙폭은 25년 전인 1992년 영국이 유럽국가간 준고정환율제였던 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서 탈퇴할 때의 15%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브렉시트 결정이 나면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EU 탈퇴에 베팅한 일부 세력이 큰돈을 벌겠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훨씬 가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이자 영국 파운드화의 하락을 예상하고 파운드화 약세에 100억 달러 이상 공격적으로 베팅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괴력을 발휘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21일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경제적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과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표현하며 “EU 탈퇴를 촉구하는 그(트럼프)와 함께 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랑스 극우성향의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뿐”이라며 EU 탈퇴의 기저에 깔린 영국의 국수주의를 비판했다.

유럽 정치인들도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일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헝가리가 EU 동료 회원국으로 영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문안과 함께 오르반 총리의 서명을 담은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외무장관들도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마친 후 영국의 EU 장류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영국의 역사와 전통이 없다면 유럽은 빈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고,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브렉시트가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각국의 기업도 나섰다. 프랑스 기업인 에어버스와 에너지 기업인 엔지, 항공우주 기업인 사프란 등은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 남아있을 때 추가 고용과 신규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21일자 영국 일간지에 일제히 게재했다.

영국 언론도 찬반 대결에 가세

영국 언론의 찬반 대결도 가열되고 있다. 보수적 언론인 텔레그래프는 20일자 사설에서 "기회의 세상이 완전히 독립한 영국을 기다리고 있다"며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하며 유권자들에게 탈퇴에 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EU의 제약을 떠나 번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패배주의적이고 영국의 위대한 중상주의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진영에는 텔레그래프와 함께 더 선, 선데이 타임스 등도 가세하고 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더 타임스, 메일, 인디펜던트 등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편에 포진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사설을 통해 "'리틀 잉글랜드'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우리는 '그레이트 브리튼'이며 더 번창하고 안전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잔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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