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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제 무대 화려한 컴백… 중동 민주화 새로운 롤모델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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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제 무대 화려한 컴백… 중동 민주화 새로운 롤모델 부상

입력
2016.06.23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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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란 테헤란에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 지도자들과 회동,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 지도자들과 회동,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핵협상 타결 이후 정치ㆍ경제 안정

총선서 개혁ㆍ중도 성향 세력 압승

“개방정책 급물살 탈 것” 관측

풍부한 자원에 성장 잠재력 높아

독재ㆍ내전 전락 국가들에 희망

“사우디, 이란식 개혁할 것” 분석도

2011년 물꼬를 텄던 아랍 민주화의 봄이 중동에 남긴 유산은 역설적이게도 군부정권 등장(이집트)과 무정부 상태(리비아), 내전(시리아) 등의 역사적 후퇴였다. 아랍의 봄이 중동의 권위주의 정권을 잇따라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정치체제까지 발전하지는 못한 셈이다.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낸 민주화 세력이 새로운 이슬람식 통치모델을 제시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정치ㆍ경제적으로 안정적 비상을 하면서 중동질서 재편에 핵으로 등장했다. 미국과 핵협상 타결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한 이란이 내부 개혁을 통해 중동 지역에 ‘제2 아랍의 봄’을 불러일으킬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2일 “민주주의와 신정주의 체제가 결합된 이란이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국제사회에 안착하면서 중동 민주화 세력들이 찾아 헤매던 새로운 정치체제의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이슬람체제 모델 제시한 이란

아랍의 봄이 중동국가들을 서구식 민주주의로 곧바로 전환시키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 신앙이 정치에 깊게 뿌리내린데다 종교개혁부터 시작해 수백 년이 걸린 서양의 민주화 과정을 중동국가들이 단기간에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의 봄을 맞은 각국이 민주화 이행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를 섣부르게 뛰어넘으려 한 시도가 패착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달랐다. 아랍의 봄을 눈 여겨 지켜보던 이란은 대규모 시위 등 내부 동요 없이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 2월 이란 총선에서 압승한 중도ㆍ개혁 성향의 로하니 정권은 개혁개방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보혁 갈등을 봉합함으로써 이란 식 정치체제의 안정성을 입증해 보였다. 총선과 동시에 치러진 국가지도자운영위원회 위원 선거에서도 중도ㆍ개혁파가 대거 당선되면서 중도 성향인 알리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최고지도자 등극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보수 성향이 강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유고로 물러난 후 라프산자니가 이란에서 최고 통수권자이자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 이란의 정치개혁과 경제개방 속도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악의 축’ 취급을 받던 이란이 지난해 핵 협상을 통해 국제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플레이어로 변모한 사실은 아랍의 봄 이후 난장판이 된 중동국가들에 큰 충격을 줬다”며 “4년마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동시에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최고지도자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는 이란 식 정치체제가 중동국가들의 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협상으로 중동지역 강자로 부상한 이란

이란의 부상은 경제제재 해제가 결정적이었다. 이란이 제2의 중동붐을 이끌게 되면 중동지역에 ‘제2 아랍의 봄바람’이 불수 있다는 때이른 기대감마저 부풀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이란의 최대항구인 반다르압바스 항이 이란 물류와 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으며 제2의 중동붐을 이끌 것”이라며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면 경제적으로 중동에 굉장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제재의 여파로 이란은 국내총생산(GDP)의 15~20%를 잃었으나 곧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자원부국인 데다 30대 이하 젊은 층이 인구의 3분의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이란 정부와 대규모 경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막대한 투자도 약속했다.

이란의 개방 속도는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란 최대 무역창구인 반다르압바스 항의 운영 주체는 제재 해제 이전 이란 내 강경보수파인 혁명수비대였으나 최근에 전면 교체됐다. 그 동안 동결됐던 해외자산 1,000억 달러도 곧 이란 경제로 다시 유입된다. 신양섭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교수는 “이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에 달하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반다르압바스 항을 중심으로 무역항로가 개설되면 이곳을 중심으로 정치ㆍ경제적으로 주변국들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국판 실크로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의 봄이 민생을 포함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황급히 시들었다는 점에서 이란의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먹고 살게 없는 데 무슨 민주주의를 하겠느냐”며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 다시 군부독재가 등장한 건 자유와 복지, 민주주의 같은 가치가 생존 앞에 앞설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식 개혁이 중동지역에 미치는 파장

이란의 부상은 중동의 정치지형에 쓰나미식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란과 함께 중동의 양대 강자로 분류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식 정치체제를 받아들이는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슬람 기반의 절대왕정체제인 사우디는 최근 지속되는 저유가 상황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의 장기화 등으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마침 사우디 왕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극에 달하며 정치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인남식 교수는 “이란의 부상을 본 사우디 왕족들이 이란 식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학과 교수도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 국가들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식 정치모델이 아랍 세계에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며 “선거제도 도입과 여성의 참정권 보장 등 이란의 민주적 소프트 파워가 중동 국가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당장에 반사이익을 누릴 국가는 아랍에미리트와 터키 등이 꼽힌다. 반다르압바스 항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의 교역을 통해 물류 및 금융 허브로 함께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 해제 이전에도 이란을 5대 교역국으로 상대했던 터키는 향후 이란과 원유 거래를 늘리며 경제적 접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발 제2의 중동붐이 중동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민주화의 동력도 다시 공급될 수 있다. 물론 이란의 부상이 단기적으로는 중동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란이 강자로 부상하면 시리아 내전을 일으킨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레바논에서는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등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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