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등지서 경찰 3명 또 피격
휴스턴선 경찰 총격에 흑인 숨져
오바마 집 앞 등 전역에서
도로점거 등 과잉진압 항의 시위
클린턴ㆍ트럼프 유세 잠정 중단도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과 그에 맞선 흑인의 과격 저항으로 미국 사회가 흑백 인종간 분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텍사스 주 댈러스 매복 조준사격으로 5명 경찰이 숨지면서 촉발된 백인 공권력과 흑인 시위대 충돌이 주말인 9일과 10일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와는 무관하지만 댈러스 사건에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경찰관 3명이 총격을 받아 1명이 중태에 빠졌고,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거꾸로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또다시 숨졌다.
10일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테네시, 조지아, 미주리 주에서 각각 경찰관에 대한 3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테네시 주 브리스톨에서 라킴 케온 스콧(38)으로 알려진 용의자가 공원에서 지나 가던 차량 운전자와 경찰에게 총을 쏴 운전자가 숨지고 경찰이 다쳤다. 테네시 주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스콧의 범행동기는 경찰 총격으로 흑인들이 잇따라 사망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지아 주에서는 911 비상전화로 연락을 취한 뒤 출동한 경찰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앞서 8일에는 미주리 주 세이트루이스 외곽 볼윈에서 차량 검문을 하던 경찰관에 대한 매복 공격이 발생했다.
공권력에 대한 급작스런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전역의 경찰은 극도로 높아진 경각심을 갖고 순찰 및 치안유지에 나서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반드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2인1조로 순찰에 나서도록 조치했으며, 애리조나 주 피닉스 경찰은 시위대가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자 후추 스프레이와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강경 진압했다.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제임스 크레이그 경찰청장은 “댈러스 습격은 우리 전체에 대한 공격과 똑같다”며 미국 치안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휴스턴에서는 9일 새벽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40분께 흑인 남성이 권총을 내려 놓으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총구를 겨누다가 경찰관 2명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1년 ‘9.11 사건’이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경찰 희생자가 발생한 댈러스 사태에도 불구, 미 전역에서는 경찰의 흑인에 대한 폭력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지난 주 경찰관 2명의 총격으로 흑인 앨턴 스털링이 숨진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에서는 9일 밤에도 사건 현장인 식료품점 앞에 수 백 여명이 모여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위대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베이 브리지’ 진입 도로를 점거했으며, 시카고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 앞에서 흑인들이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방식의 시위를 벌였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법무부 본부 건물 앞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심화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까지 나서 단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기 귀국을 위해 유럽 순방일정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미국은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는 특별성명도 내놓았다.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도 유세를 잠정 중단하고 최근 사건으로 희생된 흑인과 경찰관 모두에게 애도를 표했다. 다만 클린턴은 차별 받는 흑인에 비중을 둔 반면, 트럼프는 엄정한 법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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