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찰 강화 한계’ 이미 입증
공수처는 독립ㆍ중립적 기관으로
수사ㆍ감시 맡는 ‘한국형 FBI’ 돼야
“공수처 신설은 옥상옥 우려”
혐의 포착 즉시 수사 착수하는
상설기구특검 도입 주장도
평생검사 정착ㆍ기수문화 타파 필요
“독립기구 상설화 땐 수사권 이원화
자체 비리 수사에 한계” 지적도
‘120억원 주식 대박’ 논란 끝에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진경준(49)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특단의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한국일보가 의견을 구한 전문가들은 검찰 자체의 감찰 기능 강화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상설기구특검 등 감시와 수사가 가능한 외부 기구를 마련하라고 제언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검찰은 그 동안 내부 비리가 발생하면 조직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스스로 자정 의지가 없는 게 제일 큰 문제인 만큼 외부 감시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검사장이 부정한 방식으로 고액의 주식을 취득하고 대기업에서 대가성 수익을 챙기는 10여년 동안 법무부와 검찰의 자정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박영수 전 고검장 역시 “대검찰청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검찰이 스스로를 감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기구특검 등 다른 외부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고검장은 “(진 검사장 사건은)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로 불거진 (내부 비리의) 종합판”이라며 “제도 개혁에 앞서 임용과정에서부터 검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민스러운 직업인지 알 수 있도록 인성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옥상옥’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보다는 부패를 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상설기구특검을 강하게 지지했다. 하 회장은 “공직자비리수사처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으면 검찰의 수사력과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진 검사장이나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 전 검사장처럼 검찰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에 한해서 특검이 혐의 포착 즉시 사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도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평생 검사제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됐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는 (검찰과 경찰이 아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으로 설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고위공직자와 경제범죄에 관한 첩보와 정보를 항시 수집하고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 된다면 정치적 중립성뿐만 아니라 부패척결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자비리수사처가 검찰보다 더 중립적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았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독립기구로 상설화하면 필연적으로 수사권이 이원화될 수밖에 없으며 공직자비리수사처의 막강한 권력은 어떻게 책임을 추궁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인사제도와 관행도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언급됐다. 정 교수는 “(스스로 승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부부장검사급이 되면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개업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 직급을 단순화하고 순환보직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평생검사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검찰 인사를 전담하는 법무부 검찰국 업무를 검찰로 이관시키는 한편 감찰권은 법무부로 통합해 인사권과 분리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며 법무부와 검찰의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박 전 고검장 역시 “동기가 (앞서) 승진하면 퇴직하는 문화 때문에 훌륭한 수사 노하우를 가진 검사들이 사장되거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법원은 종신법관제를 도입했는데 검찰은 오히려 연소화되고 있다”며 기수문화 타파가 오히려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검찰 인사위원장을 지낸 정진규 전 법무연수원장은 “검찰 조직이라고 항상 증류수 같은 사람만 모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며 “(개혁이) 아파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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