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발명
안드레아 울프 지음ㆍ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발행ㆍ648쪽ㆍ2만5,000원
“위대한 과학자의 탄생 100주년 행사가 어제 뉴욕시에서 열렸다. 아침에는 대규모 인파가 행진했고, 이어 오후에는 센트럴 파크에서 기념식과 함께 훔볼트의 동상이 제막되었으며, 저녁에는 횃불을 든 행진과 함께 곳곳에서 연회가 벌어졌다.” 1869년 9월 15일자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 일부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 너무나 익숙한 이름인데 잘 기억나지 않아도 당신 탓은 아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찰스 다윈, 토머스 제퍼슨, 시몬 드 볼리바르, 알렉산드르 푸시킨, 에른스트 헤켈, 랄프 왈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조지 퍼킨스 마시, 존 뮤어 등등. 그들의 지식과 사상으로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포함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당대, 후대의 지식인들이 스스로 크게 빚졌다고 생각하는 대상. 그가 바로 알렉산더 폰 훔볼트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종의 기원’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의 관찰 및 서술 방법은 훔볼트의 ‘자연관’에 기초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나이 차이는 좀 있었지만 그와 밀접하게 만나고 교류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훔볼트의 과학사상 중 많은 것을 받아들였고 스스로도 과학에 심취했다.
1769년에 태어나 90년을 살다 간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독일(프로이센)의 지리학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 탐험가였다. 그는 20대 후반에 스페인 왕의 후원을 받아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남미를 5년에 걸쳐 탐사했다. 그는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에서 유성우를 관측했고, 폭발 직후의 화산을 탐험하고, 오리노코 강과 아마존 강이 지류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배를 타고 2,000㎞를 주행하면서 다양한 동식물을 탐사했다. 당시 세계 최고봉으로 알려졌던 침보라소산을 5,700m까지 등반하여 세계 최고의 등반 기록을 세웠다.
귀국 후 훔볼트는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나폴레옹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세계적으로 영웅 대접을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의 체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예전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여겨지던 동식물의 분포와 위도와 경도 혹은 기후 등의 지리적 요인과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하여 우리가 현재 자연을 보는 방식을 수립했으며(책 제목이 ‘자연 발명’임을 상기하라), 대작 ‘코스모스’를 비롯 근대 지리, 천문, 생물, 생태학과 관련된 수많은 책을 썼다. 그는 남미 탐사를 통해 식민주의와 환경 파괴의 관련성을 깨닫고 식민지 해방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 대통령 제퍼슨을 직접 만나 노예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확고히 피력했다.
저자 안드레아 울프는 훔볼트의 저서를 읽고 방대한 그의 노트와 일지와 편지 등을 샅샅이 뒤져내며, 훔볼트의 발자취를 직접 더듬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그의 생애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는 왜 잊혀졌을까? “과학이 자연을 벗어나 연구실과 대학으로 들어가면서 뚜렷이 구분되는 분야들로 나뉘고 있는 가운데, 훔볼트는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저서를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 책은 19세기 지성사와 과학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훌륭하게 복원하고 있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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