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의실천연대는 4일 한국문인협회가 있는 서울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한국문인협회 육당ㆍ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문학상 제정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문협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춘원문학상’ ‘육당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 내년부터 회원 가운데 대상자를 선발해 시상할 계획이었다. 문협은 친일활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학적 성과만큼은 껴안아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문협이 1939년 설립된 친일문학단체 조선문인협회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면 친일문학상 제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당과 춘원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춘원과 육당은 온 민족의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해준 하늘이 준 재능을 민족 반역의 길에 내다버렸다”면서 “그런 점에서 후세는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말하자면 춘원과 육당은 우리 민족사의 정신을 팔아먹은 ‘정신사의 이완용’인데 이들을 기리는 상이라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학술단체협의회 한상권 상임대표(덕성여대 교수)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거듭되는 역사 퇴행을 막아야 할 문인들이 오히려 더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춘원은 1930년대 한차례 투옥 뒤 친일파로 전향했고 이후 창씨개명해 학도병 출전을 권유하는 글을 발표했다. 육당 역시 1920년대 이후 조선사편수회,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친일과 전쟁 동원에 앞장섰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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