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투표ㆍ득표율 모두 99%”
야권 항의 시위… 1200명 체포
적도를 지나는 서아프리카 해안 국가 가봉에서 대선 결과를 두고 유혈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알리 봉고 온딤바 현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자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가봉 정부가 전날 봉고 대통령의 승리를 발표한 직후 경쟁 후보였던 변혁연합(UFC) 소속 장 핑의 지지자 수천명이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패컴 무벨레트 부베야 가봉 내무장관은 봉고 대통령이 득표율 49.8%로 핑 후보(48.23%)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권은 대통령 고향인 오트오그웨주에서 투표율과 득표율 모두 99%를 넘었다며 선거 불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봉 전국 투표율은 약 59%에 머물렀다.
핑 후보 진영의 항의 시위는 점차 격화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전날 수도 리브르빌의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거리 곳곳에서 자동차를 태우는 등 과격 수단을 동원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에 가봉 정부가 군경 합동으로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발사, 전국적으로 시위대 1,200여명을 체포하면서 충돌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잇단 충돌에 최소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지만 양측 지도자는 조금의 후퇴도 없이 맞서고 있다. 봉고 대통령은 “나는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나를 선택한) 국민은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소수의 전복 세력들은 패배할 것이다”고 1일 현지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핑 후보는 이에 맞서 “유혈충돌을 끝낼 방법은 봉고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뿐”이라고 프랑스 방송 BFM TV에 말했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봉고의 뒤를 이어 2009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당시 선거 직후에도 부정선거 시비가 일어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한 바 있다.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외교관 출신인 핑 후보는 봉고 일가의 독재를 비판하며 야권 지도자로 부상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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