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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느라 낮엔 파행… 준비 없어 밤엔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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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느라 낮엔 파행… 준비 없어 밤엔 무능

입력
2016.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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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놓고 시간 허비 자정 넘기고

평균 질의시간 15분 수박 겉 핥기

여야 모두 특정 현안에 화력 집중

의혹만 키우고 성과는 도출 못해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던 중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던 중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상 책무인 국정감사를 보이콧한 여당의 반의회적 무책임을 통탄하고, 북핵ㆍ지진ㆍ수해ㆍ파업 등 민생과 안보 현안은 뒷전인 야당의 반민생 무능력을 개탄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중간 성적표에 사상 처음으로 ‘F학점’을 매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평가를 축약하면 이렇다. 매해 국감 평가가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처음 치러진 이번 국감은 유독 평균에도 못 미쳐 최악의 국감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712곳)보다 줄었지만 6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감은 대통령 측근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 특정 현안에 화력이 집중됐지만 의혹만 키우고 성과는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재단 문제의 관할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관련 증인 채택으로 낮에는 파행을 일삼다가 밤이 되어서야 감사를 시작하는 ‘주파야감’을 하면서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증인 채택 갈등으로 낮 시간을 허비한 6, 7일 국감은 자정을 넘겨 7일 새벽 2시 20분과 8일 0시 20분쯤 산회했다.

나머지 상임위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5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29개 연구기관 국감은 오전 10시에 개회해 오후 5시 56분 산회했다. 점심과 휴식시간을 빼면 의원 22명의 1인당 평균 질의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특히 지진 관련 질의가 지질연구원에 집중돼 세계김치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나머지 기관은 두 눈만 멀뚱히 뜨고 있어야 했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거나 설익은 질의로 망신을 자초한 경우도 속출했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아래한글 수의계약을 명료하게 따지지 못해 체면을 구겼고,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동규 특허청장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했다가 아들과 동명이인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피감기관의 비협조도 도를 넘었다. 12일 안전행정위의 국감에선 한국자유총연맹이 사드 반대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더민주 의원 6명을 ‘병신육적’이라 한 것을 두고 야당이 추궁하자 김경재 자총 회장은 “금년이 병신년이라 그렇지 누구를 병신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올시다”라고 답했다가 20여분간 회의가 정회됐다. 경찰청 국감에선 민중총궐기 상황속보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다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공개돼 질타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안전 점검보고서 제출 요구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작성한 보고서를 대신 냈다가 논란을 빚었다. 앞서 5일 국무조정실은 김해영 더민주 의원의 ‘국무총리 공관 물품 구입 내역’ 자료 요구에 장례식, 부모님 생신, 직원 병가, 공황장애 등의 핑계를 댔다가 새누리당 소속 이진복 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이 국감장에 부재해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단식 농성을 푼 이후 1주 간 국감에 참석하지 않다가 10일에서야 모습을 보였다. 외교통일위 소속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해외 국감에는 합류하지 않았고 지난달 26일 외교부 국감 이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출석률이 높았지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의 인신공격성 싸움만 부각되고 있다.

모니터단은 “부실 국감을 방지하려면 증인채택 방식부터 합리적으로 개선해 국감 이전 증인 선정을 완료하고, ‘의원별 시정조치사항 실명제’를 도입해 사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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