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국외에 수십 개의 해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한국인을 상대로 ‘사이버 외화벌이’에 나섰다고 밝혔다. 남쪽을 향한 해킹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도 지난 3년 간 평균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이 해외에 수십 개의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우리 국민의 돈을 편취하고 있다”며 “해외에 IT 인력을 대거 송출해 연간 4,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과거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주로 ‘정보 유출’이나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집중됐다면 이제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북한 사이버 관련 요원들은 2014년 4월 캄보디아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북한이 사이버 돈벌이에 나선 것은 최근 대북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마땅한 수입원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어 “국내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북한이 공포감 유발 등 심리전 차원의 해킹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정원은 특히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2014년 이후 2배 이상 급증했다”면서 “그 대상이 방산ㆍ안보 업체 전문가들,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핵실험ㆍ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도발이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앞으로 해킹 공격 수법을 고도화하고, 주요 기반 시설에 침투하기 위해 보안이 취약한 개인이나 민간 분야를 통한 우회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추기 위한 제도 보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지난 9월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관련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이번까지 네 번에 걸쳐 발의됐지만, 국정원이 나서서 정부 입법으로 발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정보접근에 대한 ‘전권’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반발 목소리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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