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맞서 확장억제 강화 조치
北, 무수단 추정 미사일 발사 실패
한미 양국이 B-1B 폭격기를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주변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합의했다. 북한의 고조되는 핵ㆍ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의 방위공약인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완전한 합의는커녕 아직 검토하는 단계여서 우리 사회의 안보 불안감을 줄이고,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차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과 제48차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대북 확장억제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해 앞으로 많은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시 순환배치’는 전략자산을 수개월 정도씩 번갈아 가며 한반도와 주변 해역ㆍ상공에 지속적으로 투입해 사실상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19일 “어떤 무기를, 어떤 식으로 투입할지 앞으로 실무 선에서 구체화할 것”이라며 “상시 순환배치를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과 대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향후 투입될 전략자산으로는 B-1BㆍB-52폭격기와 B-2스텔스폭격기,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이 꼽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한 정밀타격과 참수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미 전략사령부가 직접 지휘ㆍ통제한다.
양국은 또 ‘위기관리 특별 협의체(KCM)’를 신설하기로 했다. KCM은 전략자산 투입을 협의하기에 앞서 사전 조율을 거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한미 어느 한쪽이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작동하는 상설 협의체다. 한미는 전날 열린 외교ㆍ국방 장관(2+2) 회의에서는 외교 국방 차관급이 참여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도 신설키로 했다.
카터 장관은 SCM 공동성명에서 “자국 또는 동맹국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defeated)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도 효과적이고 압도적(overwhelming)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격퇴나 압도적 대응이라는 문구는 역대 SCM의 합의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양국은 실전배치를 앞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해군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CM에서 해군협력이 의제로 본격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SCM은 1968년 1ㆍ21사태와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한미 국방당국간 최고위급 협의체다.
한편, 북한은 한미 외교 국방 장관들이 워싱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전방위적 대북 압박 의지를 밝힌 직후인 이날 오전 7시께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워싱턴=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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