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기업, 화웨이 3위로 밀어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ㆍ비보 형제가 화웨이를 밀어내고 나란히 1,2위를 꿰찼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성장세로 볼 때 조만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자리까지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와 비보는 각각 17.5%와 16.7%의 점유율로 1,2위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오포는 9.0%, 비보는 8.8%로 샤오미와 화웨이, 애플에 이어 4,5위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중국 스마트폰 3인방’도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에서 이제 오포, 비보, 화웨이로 재편됐다.
오포ㆍ비보의 성장세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3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20%)와 애플(12.5%)이 1,2위를 유지하긴 했다. 그러나 두 업체의 출하량은 7,250만대, 4,550만대로 전년 대비 13.5%, 5.3%씩 줄었다. 반면 3위인 화웨이는 출하량(3,360만대ㆍ9.3%)이 23% 늘었다. 더구나 4위 오포(2,530만대ㆍ7.0%)와 5위 비보(2,120만대ㆍ5.8%)는 각각 121.6%, 102.5%의 폭증세를 기록했다. 오포ㆍ비보의 합산 점유율(12.8%)은 이미 애플과 화웨이도 추월했다.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는 오포와 비보는 중국 음향ㆍ영상 전문 업체 부부가오(步步高ㆍBBK)를 모회사로 둔 ‘형제 회사’다.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등장한 두 업체는 뛰어난 음향ㆍ영상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혀 왔다. 주로 8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을 선보이는 비보와 50~60만원 중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오포가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 것 역시 두 업체의 ‘동반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오포는 중국에서 매우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 시장의 떠오르는 별”이라며 “비보도 다양한 고가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같은 경쟁사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 등 아시아권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주력 시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 업체들이 이들 국가에서 득세하는 것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에겐 아픈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선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멜리사 차우 IDC 연구원은“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단종 사태에도 3분기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삼성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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