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 물론 좋다. 내 이름 석 자가 새하얀 등록증에 떡 하니 새겨지는 걸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고장 걱정도 없고 남들 보기에도 뿌듯하며 실내 곳곳에 붙은 비닐을 떼내는 즐거움은 덤이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가 괜히 불리던 노래가 아니듯, 사람 심리는 누구나 새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 당신이 영업사원의 융숭한 응대를 받으며 시동을 건 직후 그 사랑스러운 차는 중고가 된다는 걸 말이다. 번호판 달고 하루만 지나도 새 차가 아닌 중고차다. 이 말이 의심된다면 당신의 번쩍이는 새 차를 인수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차 산정 금액을 평가해 보라.
흔히들 중고차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고란 말에는 ‘남이 썼던 헌 것’이라는 다소 불편한 뉘앙스가 묻어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중고란 시간의 세례를 듬뿍 받아 희소성이 크게 오른 가치로 다가온다. 단종되어 더 이상 구하지 못하는 자동차는 수집의 대상이다. 쌍용 칼리스타는 없어서 못 사는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기아 브리사와 현대 포니는 부르는 게 값이다. ‘중고’가 ‘올드’를 거쳐 ‘클래식’이 된 사례라고 하겠다.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인의 티뷰론은 구형 모델을 더 으뜸으로 친다. 지금 나오는 스포츠카보다 훨씬 근사한 근육질 보디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소비재인 터라 매년 큰 폭의 감가상각이 반영된다. 덩달아 등록세와 보험료도 저렴해진다. 차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혜택이다. 사실 값 대비 가치 항목이야말로 중고차만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중고차에는 새 차에는 없는 드라마가 존재한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중고차 거래로 풀린 자동차에 어찌 사연이 없을까! 실적의 압박을 받은 신차 영업사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출고한 사연부터 담보로 잡힌 매물의 매각 건, 무엇이든 쉽게 질려 반 년 만에 처분한 차주의 성미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렇다. 중고차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스며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에서 눈을 돌리면 중고차의 또 다른 매력이 보인다. 그건 바로 윤기 자르르 흐르는 새 차에서는 찾을 수 없는 푸근함이다. 현대 맥스크루즈는 실내가 넓고 편안한 SUV지만 갤로퍼에는 오래 세월만큼 배어든 털털한 매력이 있다. 빛 바랜 녹색 번호판을 달고 틴팅 없는 새하얀 유리창을 빛내는 각진 그랜저를 모는 운전자를 보면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새 차와는 달리 정말 잘 관리된 중고차는 적어도 삼고초려를 해야만 가져올 수 있다. 중고차 매장에 전시된 그런 차는 분명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을 것이고.
연식이 좀 된 중고차를 손에 넣을 때는 유의할 점이 있다. 살 때는 멀쩡했던 차가 집으로 끌고 오니 시동이 안 걸린다. 판 사람은 사기꾼 같고 거래를 주선한 이는 타짜 같기만 하다. 이 저금리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새 차 대신 중고차를 고른 발등을 그저 찍고 싶을 거다. 자동차를 평가하는 전문지식이 없다면 검증된 곳에서 중고차를 사야 하는 이유다. 입고된 차를 자체적으로 진단해 성능점검기록부를 첨부하는 중고차 매매업체는 일정 기간 보증서를 발급한다. 전세계약서를 쓰듯 돈을 건네기 전에 모든 걸 꼼꼼하게 확인한 뒤 특약을 쓰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듯 중고차를 매매할 때도 사고 여부에 대한 확정과 추후 서비스를 명시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재 모클팀은 취재할 때 쓸 만한 자동차를 찾고 있다. 검색을 통해 거르고 걸러 찾아낸 자동차는 기아 뉴 카니발이다. 차체가 짧은 숏 보디 모델이라 운전이 쉽고 기동력이 좋은 9인승 승합차다.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탈 수 있고 디젤 엔진이라 연비도 적당하다. 특히 숏 보디는 신형 카니발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뉴 카니발만의 매력이 분명하다. 과연 우리가 이 차를 사게 될까? http://www.mocle.co.kr/carSearch/carSearchDetail.asp?Car_ID=16122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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