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렬(44)씨가 자신이 광고했던 식품의 질이 떨어져 ‘창렬스럽다’는 용어가 생기면서 명예가 훼손됐다며 해당 식품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이흥권)는 김씨가 A식품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업체가 부실한 상품을 제조ㆍ판매해 김씨의 명예 및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는 2009년 A업체와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다. 업체는 김씨의 이름과 얼굴이 인쇄된 어묵, 족발 등 즉석식품 ‘김창렬의 포장마차’를 개발해 편의점에 납품했다. 이후 이 업체 제품이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제품의 모델인 김씨의 이름을 따 ‘창렬스럽다’란 신조어가 생겼다. ‘창렬스럽다’는 과대 포장된 상품,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상품 등을 통칭하는 용어로 인터넷을 통해 퍼지게 됐다. 김씨는 그러자 2015년 1월 “A업체 제품 때문에 ‘음식물이 과대포장돼 있거나 가격에 비해 양이 부실해 형편없다’는 의미로 이름이 희화화됐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같은 종류의 다른 상품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내용물의 충실도가 다소 떨어지긴 하나, 정상적인 제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까지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창렬스럽다’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데는 김씨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봤다. 김씨가 ‘연예계의 악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데뷔 초기부터 구설수에 오른 일이 많았던 점, 수 차례에 걸쳐 폭행사건에 연루된 사실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창렬푸드’ ‘창렬스럽다’ 등의 말이 인터넷에서 부정적 의미로 확산되게 된 것은 김씨 행실에 대한 그간의 부정적인 평가가 하나의 촉발제가 돼 상대적 품질저하라는 문제점을 확대하고 부각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가 김씨를 상대로 낸 맞소송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A사는 “김씨가 계약 당시 다른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었지만 알리지 않았고 문제가 제기되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씨는 상품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사전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씨가 A사를 속였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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