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인원ㆍ임무 확대
3~4명 단위로 활동
북한에서 대남ㆍ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이 여성 공작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ㆍ칼ㆍ폭탄 등 전통적 테러 방식에 대한 경계가 강화하면서 은밀한 암살에 적합한 여성을 공작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익명의 정찰총국 출신 탈북민을 인용해 “북한이 2009년 공작기구들을 정찰총국으로 통합했을 때 관련 임무와 인원을 확대했다”며 “이때 여성 공작원의 수와 활동 영역도 확장했다”고 전했다. 중국을 드나들며 정보사업을 하는 한 탈북자도 “지난해 여성 공작원들이 3~4명 단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세련된 복장에 훈련을 잘 받은 여성들이라고 들었다”고 RFA에 말했다.
여성 공작원의 선발 기준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력자이면서 외국어에도 능통해야 하고, 출신성분과 충성심까지 다각도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뛰어난 외모도 주요 조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파 간첩 원정화(2008년)도 미인계로 국군 장교와 내연 관계를 맺은 뒤 군사 기밀을 빼냈다. 타깃인 남성 요인에 대한 접근이 쉽고, 독침 암살 등 은밀한 작업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여성 공작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찰총국은 2009년 2월 인민 무력부 산하 정찰국(대남 공작 담당), 노동당 산하 작전부(간첩 양성), 노동당 35호실(해외 공작 담당) 등 흩어져 있던 공작 조직을 모아 출범했다. 정찰총국은 산하에 간첩 양성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작전국(局)과 암살ㆍ폭파ㆍ납치 등을 담당하는 정찰국,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해외정보국, 사이버테러를 담당하는 기술국 등 6개 국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 구조로는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직보하는 핵심 특수조직이다. 김정남 암살에 김 위원장의 ‘살인 허가’가 있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정보원도 “북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정보 당국이 5년간 암살 기회를 엿보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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