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잔류… 암살 배후 미제로
막후 지원 김욱일은 체포영장 발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인 리정철(47)이 3일 석방 후 추방됐다. 지난달 17일 체포된 지 2주 만으로 그 동안 말레이시아 경찰이 그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리정철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평양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은 이날 오전 말레이 셀랑고르주 세팡경찰서에서 풀려났다. 초췌한 모습으로 방탄조끼를 입고 나타난 리정철은 무장 경찰들의 호위 속에 경찰서를 벗어 났다. 이후 오후 6시25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항공편으로 베이징으로 떠났으며, 4일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편으로 갈아탄 뒤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부인과 자녀 2명 등 가족은 리정철과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추방된 리정철은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현지 지원책 역할을 한 혐의를 받아 왔다. 말레이 경찰은 범행을 직접 수행한 두 여성과 리정철 사이의 연결고리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특히 화학전문가로 알려진 리정철과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 VX와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말레이 당국은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 취업한 리정철에게 이민법 위반 혐의를 적용, 추방을 결정했다.
전날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서 리정철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 서류가 없는 그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북한국적 용의자가 풀려나면서 이번 사건의 ‘객관적 배후’는 미제로 남게 됐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은 이와 별개로 이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 다른 용의자인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역시 신병 확보를 위해 외교 경로로 북한대사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암살 작전을 막후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현재 북한대사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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