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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하청 참사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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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하청 참사는 계속됐다

입력
2017.05.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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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ㆍ인천공항 등 최근 산재

피해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

하청업체 사망자, 원청의 8배나

특성화고 출신 노동착취도 문제

지난해 5월 28일 홀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 사건은 우리 노동 현실이 가진 주요 문제점이 축약된 사고였다. 비정규직 확대와 함께 진행돼온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특성화고 출신의 어린 청년들이 무방비로 내몰리는 노동 착취의 문제가 그것이다.

1년이 지났지만, 이런 문제들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 남양주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크레인 사고로 사망한 3명과 부상자 2명, 그에 앞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6명과 부상자 25명, 또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셔틀트레인 변전실에서 감전사고로 부상 당한 3명 등 최근 발생한 주요 산재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25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기업의 사망자 중 87.1%(39명 중 34명)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선ㆍ철강 등 주요 업종 51개 사업장(2015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만명 당 사고 사망자 수에서 상주 하청업체의 경우 0.39로 원청업체(0.05)보다 8배나 높았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에 산재 사망자는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이며 유럽연합(EU) 평균의 5배에 이른다. 비용절감차원으로 추진하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원청업체들이 산재 예방에 자기 일처럼 나서지 않으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청근로자들은 현장의 안전위험성이 보여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15년 경력의 한 대형 조선업체 사내하청 근로자 A(46)씨는 “원청에 지원을 나갈 경우 용접이나 마감 작업을 하더라도 위치가 높거나 구석진 곳 등 난이도가 높은 구역은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맡게 된다”라며 “비계(높은 곳에서 작업을 위한 시설물)를 설치할 곳에 그냥 사다리를 놓고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고가 날 작은 확률에 기대 안전 설비 비용을 절감하고 하청 업체에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형사적인 처벌 이외에 중대 산업재해 시 영국의 기업살인법처럼 기업이 망할 정도의 과징금을 매기는 등의 강력한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의 김군은 특성화고를 갓 졸업한 새내기 노동자였고, 이 때문에 특성화고의 부실한 노동 교육 문제도 제기됐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거쳐 졸업과 함께 해당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로자로서 노동권이나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과도한 노동 착취와 안전사고에 내몰린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10곳의 학생 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8%가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다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답했으며 10%는 실제 본인 혹은 지인이 산업재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2011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 일하던 실습생 김모(당시 18세)군이 뇌출혈로 쓰러져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노동 문제가 부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올해 초에도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실적달성에 시달리던 전주의 특성화고 실습생이 자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과 학교 수업을 통해 안전 교육을 진행하지만 수업의 질적 내용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맡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인노무사는 “교육부가 임금체불 등 부실 업체 명단만을 제시하지만 폐업 후 새로 등록한 업체 등은 거르지 못하고 있고, 특성화고마다 수 백 개의 업체에 실습을 보내는 마당에 선생님들에게 현장점검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며 “취업률을 의식해 무작정 현장에 보낼 게 아니라 직업교육에 적합한 현장을 연결하고 고용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현장을 감독하는 등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만원행동 관계자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마치고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만원행동 관계자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마치고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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