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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킹메이커로 돌아오나

입력
2017.06.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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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연맹 16개 시장 선거 승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13년 11월 27일 탈세 혐의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한 후 항의 연설을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13년 11월 27일 탈세 혐의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한 후 항의 연설을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연맹이 호성적을 거두면서 내년 총선에서 우파 집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탈세 혐의로 의회 출마가 금지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8년 총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게다가 유럽인권재판소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 총리직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치권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언론들은 부정부패 스캔들 속에 2011년 실각했던 노회한 정치인 베를루스코니의 부활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이탈리아(FI)당과 반유럽주의 정당 북부동맹 등으로 구성된 중도우파 연합은 결선투표가 진행된 22개 도시 중 16개 도시에서 시장 자리를 잡았다. 특히 거의 50년간 좌파 진영이 놓지 않았던 북부 도시 제노바 시장 자리가 우파 연합으로 넘어간 것이 집권당 민주당에는 뼈아픈 손실이다.

마테오 렌치 민주당 대표는 “전체 시장 수에선 (67대 59로) 우리가 우위”라고 강조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다”며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해 제안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후 총리직에서 물러난 렌치 대표는 올해 4월 민주당 당권을 탈환했지만 내부 비판에 시달리고 있어 이번 선거 결과에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중도우파 진영은 쾌재를 불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 승리로 인해 중도우파가 다시 집권을 향한 궤도에 올라섰다”고 선언했다. 1993년 전진이탈리아당을 창당한 이후 4차례에 걸쳐 총 9년간 총리직을 맡았던 베를루스코니는 온갖 부정부패와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기업 메디아셋을 통해 방송을 거느리고 여론을 주도, 여전히 이탈리아 정가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는 메디아셋을 운영하면서 저지른 부정회계 및 탈세 혐의로 인해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아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하고 2019년까지 총선 출마가 금지된 상태다. 이탈리아는 2018년에 총선을 치를 예정이라 베를루스코니가 원해도 다음 의회에서 총리직을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 측은 이탈리아 법원이 2012년 제정된 법을 법 제정 이전의 사건에 소급 적용해 피선거권을 박탈, 유럽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를 11월 22일 대재판부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올해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파 진영의 총리 후보 자리를 노리겠다고 선언하는 등 집권 의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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