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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움라우트

입력
2017.11.12 14: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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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라우트(Umlaut)는 독일어로 ‘변모음(變母音)’이란 뜻인데, 국어에서는 단어나 어절에 있어서, ‘ㅏ’, ‘ㅓ’, ‘ㅗ’ 등의 후설 모음이 다음 음절에 오는 ‘ㅣ’ 모음의 영향을 받아 전설 모음 ‘ㅐ’, ‘ㅔ’, ‘ㅚ’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어에서는 이를 ‘ㅣ’ 모음 역행동화라고도 하는데, 지역 방언에서 ‘손잡이’가 ‘손잽이’로, ‘먹히다’가 ‘멕히다’로 발음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ㅣ’ 모음 역행동화는 지역 방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울에서도 ‘아비→애비’, ‘어미→에미’, ‘아기→애기’로 발음되는 것처럼 전국적으로 매우 일반화되어 있는 발음 현상이다. 그리하여 1988년에 고시된 ‘표준어 규정’에서는 ‘냄비(←남비)’, ‘풋내기(←풋나기)’, ‘신출내기(←신출나기)’, ‘멋쟁이(←멋장이)’, ‘소금쟁이(←소금장이)’, ‘동댕이치다(←동당이치다)’ 등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채택하였다.

또한 2011년 국립국어원 국어심의회에서는 ‘만날’과 함께 ‘맨날’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는데, 국민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만날’보다 ‘맨날’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맨날’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ㅣ’ 모음 역행동화는 국민의 언어생활에서 워낙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발음 현상이어서 ‘애비’, ‘에미’, ‘애기’, ‘손잽이’, ‘멕히다’ 등을 모두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비록 대다수의 언중이 ‘아비’, ‘어미’보다는 ‘애비’, ‘에미’를 사용하고 있고 “아기가 정말 예쁘네요”보다는 “애기가 정말 이쁘네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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