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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미국선 운동화ㆍ한국선 비타민… “1개 사면 1개 기부” 글로벌화

입력
2017.11.28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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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회적기업 각국 모방ㆍ확산

스타벅스 공정무역 원두 구매 등

기존 기업들도 사업모델 변화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비영리단체 이스턴 콩고 이니셔티브와 함께 아프리카 콩코지역 커피를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커피 원두를 손질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비영리단체 이스턴 콩고 이니셔티브와 함께 아프리카 콩코지역 커피를 국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커피 원두를 손질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비타민엔젤스는 종합 비타민을 판매하는 국내 대표적 사회적기업이다. 소비자가 비타민 한 통을 사면 한 통을 독거노인, 미혼모,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에게 기부한다. 2013년 당시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이었던 염창환 박사가 “영양공급을 통한 질병 예방이 중요하다”며 설립했다. 착한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초창기 수천만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8억 원을 넘어섰다. 회사가 급성장하며 소외계층에게 전달된 누적 비타민량도 10월 현재 12만5,009개(20억1,000만원 분량)에 달한다.

이 회사는 미국 신발업체 탐스(TOMS)를 벤치마킹했다. 탐스는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원 포 원’(One for One) 슬로건을 2006년 설립 당시부터 내세웠다. 당초 200켤레를 목표로 시작했으나, 전 세계 사람들의 호응 속에 70개 이상의 국가에 6,000만 켤레의 신발을 전달했다. 이젠 글로벌 브랜드를 넘어 사업을 의류 가방 안경 등으로 확장했고, 덩달아 기부 활동도 시력 회복을 지원하는 사업, 깨끗한 물을 기부하는 운동 등으로 확대했다.

사회적기업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착한 소비를 곳곳에 전파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 활성화와 함께 공유가치의 중요성이 급속도로 확산된 영향도 있다. 이윤추구보다는 사회혁신을 중심으로 경영 활동이 이뤄지는 기업들의 성장세가 점점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회적기업의 특성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각 지역 여건에 맞춘 생산모델과 프로그램을 사용해 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모방 확산되고 있다. 탐스 뿐 아니라 영국에서 노숙자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빅 이슈’도, 2010년 한국에서 ‘빅 이슈 코리아’로 탄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인 지난해 12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일일 판매원으로 나섰던 잡지다. 판매자인 노숙인들에게 1부 값(5,000원)의 절반을 수익으로 나눠주면서, 자연스레 자립을 유도한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패션사업을 벌이며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영국의 ‘엘비스 앤 크레스’도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하는 회사다. 2007년부터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해 패션 핸드백, 노트북 케이스, 키 홀더 등을 생산해 프랑스 벨기에 싱가포르 홍콩 등 9개국에서 25개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강민정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성공적인 사회혁신기업들은 사회적 프랜차이즈 사업, 사업 컨설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모형을 확산하다 보니, 각자 상황에 맞춰 변형된 모형들이 탄생하고 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이 고령화 사회, 환경오염, 사회 불평등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임자가 되리라 전망한다. 사회적기업이 취급하는 사업은 수익 일부를 떼 사회에 공헌하는 일반적 기업과 달리 설립목적 자체가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되고 그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수익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케냐 농민들에게 ‘가난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키워준 ‘킥스타트’가 대표적이다. 설립자인 미국인 마틴 피셔는 1985년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우연히 떠난 페루 안데스산맥 여행에서 극심한 빈곤을 목격한다. 피셔는 자신의 공학기술을 가난을 극복하는 데 쓰기로 결심하고 손쉬운 농기계 제작ㆍ보급에 나선다. 발로 밟아 물을 끌어 올리는 ‘슈퍼 머니 메이커 펌프’는 물 나르는 시간을 단축시켜, 케냐 농가 소득을 연평균 110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피셔는 이 펌프를 무료로 보급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농민들이 펌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려고 1대당 80달러를 받기로 결정했고, 이 결정은 현지 농민들이 자립의지를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기업들도 사회적기업의 활동에 영감을 받아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원가절감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영세 생산자에게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시하는 공정무역을 장기적 투자로 생각하고 기꺼이 비싼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한 예다.

스타벅스의 경우 2010년부터 자체 원두 구매팀이 커피 원산지를 직접 찾고 있다. 개도국 생산자들의 커피 원두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합리적 가격에 구매, 이들에게 직접적인 혜택과 가난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다. 2015년 한해 전체 원두 구매량의 99%인 5억5,000만 파운드의 원두를 공정무역 및 제3자 인증 제도 등을 통해 구매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윤리 구매 프로세스를 통해 지불한 원두 구매액의 90% 이상이 커피 농가에 지급되며, 5% 내외만이 중간 유통 단계로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식음료 업체 네슬레도 인도 모가 지역에서 원유(原乳)를 공급받을 경우 그 지역 축산농가에 관련 기술 전수 및 영농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 우유 생산성이 50배 이상 증가했고, 인도 전역에서 네슬레 제품 판매 증가가 뒤따랐다. 에어비앤비의 자원봉사와 여행을 결합한 ‘소셜 임팩트 투어’ 상품도, 코카콜라가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을 돕자는 취지로 판매에 들어간 흰색 캔콜라도, 재해 테러 등이 발생했을 때 안부를 묻고 구호물자 전달을 쉽게 하는 서비스를 페이스북이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그간 정부만 대응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사회 문제들을, 기업들이 스스로 나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사회혁신 운동이 기업 수익과 연결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3일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숙인 지원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3일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노숙인 지원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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