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차장 불러 한반도 정세 논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방북 가능성
국면 전환 의식한 여건 조성 차원인 듯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국면 전환 및 협상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평화 공세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외 선전 수단으로 삼아서다.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과 여러 급(級)에서의 왕래를 통한 의사소통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5일부터 이날까지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과의 논의를 통해서다. 방북 기간 동안 펠트먼 사무차장은 리용호 외무상,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북한은 한반도 정세가 지금 상황에 이른 건 전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 때문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펠트먼 사무차장에게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또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유엔의 공정성 보장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방북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미국 관영 방송인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전날 스위스 로잔을 찾은 김일국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올림픽 관계자를 만났다. VOA는 북한의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 논의를 위한 방북을 바흐 위원장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접촉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펠트먼 사무차장 방북 요청을 수용한 사실 ▦선제타격론까지 제기되는 미 조야 분위기 ▦외교적 고립 탈피를 바라는 북한의 속내 등을 감안할 때 바흐 위원장 방북 제안 역시 북한이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 뒤 이처럼 방북 물꼬가 트일 조짐이 보이는 건 대미나 대남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북한이 이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 반응에 크게 개의치 않고 ‘당당한 핵 보유국으로서 유엔 헌장과 정신에 따라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행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핵 보유 정당성과 명분을 얻는 동시에 향후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덕성을 겨냥한 북한의 대미 공격도 파상적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기로 한 조치와 관련, “국제적 합법성과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의사에 대한 공공연한 무시이며 모독”이라고 성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성한 유엔 무대에서 한 주권 국가의 ‘완전 파괴’를 줴친(떠들어댄) 늙다리 미치광이이고 보면 이번 조치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며 “세계는 과연 누가 세계 평화와 안전의 파괴자이며 국제사회의 불량배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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