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구조물 작업 진행 전
안전관리ㆍ점검 절차 전혀 없어
안전교육 미실시 등 2회 과태료
하도급에 또 하도급 ‘총체적 부실’
고정장치 4개 모두 빠져 추락
갑자기 빠진 원인 규명에 수사력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 현장 구조물 추락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할 노동청이 추락방지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5차례 고발을 했음에도 시설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유가족과 시공사 포스코건설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외부 구조물 작업을 진행하기 전 구조대를 지지하는 고정장치와 안전작업발판 등을 확인하는 안전관리와 점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포스코건설 측이 사고 이후 유가족과의 면담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포스코건설 측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 전 반드시 볼트 상태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데 사고 당일 작업 전에는 이 절차가 시행되지 않았다"면서 “작업 관리자 등이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법정 안전교육에 참석하는 바람에 안전관리 절차가 빠진 것 같다"고 밝히며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앞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추락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관할 노동청에 적발됐고, 2016년과 지난해에도 안전교육 미실시로 2차례 과태료를 부과 받는 등 5차례 고발당한 사실이 드러나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부른 직접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부산고용노동청은 2016년 6월 17일 포스코건설에 안전점검 미실시, 위험물질 표시위반 등으로 334만원, 지난해 10월 4일에도 안전교육 미실시 등으로 39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두 차례 모두 과태료 사유에 ‘안전교육 미실시’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부산노동청은 엘시티사업 신축공사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안전이 철저하게 확보될 때까지 이 명령을 유지하기로 했다.
해운대경찰서는 사고 당시 건물 외벽과 구조물을 고정하는 장치가 갑자기 빠진 이유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4층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4개 가운데 두 번째 구조물을 55층으로 인상하는 작업 중 역삼각형 슈브라켓 4개가 이탈되면서 추락했다"면서 “외벽 층마다 길이 40㎝ 크기의 앵커볼트가 박혀 있고 이곳에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이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데, 현장을 살펴보니 슈브라켓 4개가 모두 이탈해 있었고 한 곳에서는 앵커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벌여 볼트나 슈브라켓의 불량이나 조임 부실, 콘크리트 양생불량 등 구조물 고정장치의 이탈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위험의 외주화’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620억원에 건물 외벽 마감 작업을 하는 조건으로 A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A사는 B사에게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사와 B사 간 계약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B사가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업체로 적합한 회사인지 등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사 현장소장과 B사 직원 및 현장 근로자 등 6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구조물의 하중을 각 층에 있는 고정장치로 골고루 분산시키는 장비가 있지만, 고가이어서 대다수 외벽공사 업체들이 사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와 이 부분도 확인하고 있다.
2일 오후 1시 50분쯤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사업 주거타워 A동(85층) 공사현장 55층에서 근로자 3명이 작업 중이던 구조물이 추락해 지상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1명 등 4명이 숨지고 57층에서 유압장치를 관리하던 작업자 1명, 사고현장 주변에 있던 레미콘 기사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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