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육상 1마일(약 1.6㎞)에서 마의 4분 벽을 깬 전설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타계했다. 향년 88세.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배니스터의 가족은 이날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1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배니스터는 1954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 1마일을 3분59초4에 주파했다. 1945년 군데르 하그(스웨덴)가 4분1초3을 기록한 이후 9년여 동안 깨지 못했던 1마일 4분대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의 기록은 1마일을 3분대에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당시 통념을 깬 것이다. 배니스터가 4분 벽을 깨고 난 후 불과 한 달 만에 10명이, 1년 후엔 37명이 4분 벽을 넘었다. 스포츠 학자들은 이처럼 인식의 틀이 바뀌어 결과가 달라진 현상을 두고 그의 이름을 따 ‘배니스터 효과’라 부른다.
옥스퍼드 의대를 졸업한 그는 ‘외로운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기존 코치진의 지도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학 지식을 육상에 적용해 독학으로 훈련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 은퇴 이후 신경과 의사로도 근무했다.
그의 타계 소식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배니스터는 영국 스포츠의 아이콘이었다. 그의 성취는 세대를 고무시켰다”고 추모했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IAFF) 회장도 “그의 업적으로 트랙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영감을 받았다”며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그를 기렸다.
박순엽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