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자신의 불륜 의혹을 폭로한 민주당 당원 오영환씨에게 회유를 시도했다는 보도를 정면 반박하면서 폭로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박 후보는 “사람의 악마적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밤”이라며 “정말 비겁하다”고 오씨를 비난했다.
박 후보는 13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심경을 토로하며 전날 TV조선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TV조선은 앞서 12일 박 후보가 오씨를 회유하려는 정황이 담겼다는 문자 메시지,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후보는 이날 오씨에게 자신의 불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대신 작성해 문자로 보내고, 도지사 당선 뒤 보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오씨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닌데,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순 없다”며 박 후보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후보는 오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함정”이라며 부인했다. 박 후보는 13일 글에서 오씨와 통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나눈 상황을 설명하며 오씨의 주장과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박 후보는 먼저 입장문 대리 작성 의혹에 대해 “오씨가 먼저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2일 오전 7시쯤 자신과 이미 화해한 오씨가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자신이 ‘민주당에 우리가 화해했다는 입장문을 제출하자’는 생각을 밝히자, 오씨가 ‘말할 내용을 정리해달라’며 작성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당시 “화해 메시지를 당에 전달하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렸다. 그러나 오영환씨와는 통화가 안 됐다”고 회상하며 “그 사이 오영환씨는 자신이 저에게 작성해 달라고 요청한 메시지 초안을 들고 TV조선에 찾아갔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도지사 당선 뒤 보상을 암시한 듯한 내용에 대해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에 따르면 오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화해를 요청한 사람은 자신이었고, 오씨는 전화를 받자마자 “미안하고 고통스럽다”며 오열했다고 한다. 박 후보는 “당시 대화를 녹음할 지 고민했다. 하지만 화해의 순간을 녹음하는 게 죄스러워 그렇게 못 했다”며 “(그런데) 오씨는 (이를) 고스란히 녹음해 TV조선 기자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씨가 TV조선에 제공한 녹음은 스스로에게 유리한 부분만 제공한 것이라며 “이 정도면 어차피 고발을 당할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글과 함께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 후보는 오씨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그는 “아무리 미워도, 화해해 놓기로 하고 그럴 수가 있느냐”며 “오늘(12일) 형님은 정말 비겁했다. 형님은 나를 죽이려 하지만, 이제 그만 그 미움들을 내려 놓아 달라. 그 미움들이 또 형님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늘 저에게 큰 세상을 가르쳐 주셨다”며 “기쁘시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12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불륜, 내연녀 공천 의혹에 휘말린 박 후보에게 예비후보직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 같은 의혹 제기가 네거티브 공세라 주장하며 선거 완주 의사를 나타낸 상태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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