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국가적 위기에도 아랑곳 없이 꾸준히 미용시술을 받았다. 그 근거는 청와대사진기자단이 기록한 4만여 장의 사진에서 차고 넘친다.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잦았던 그의 미용시술은 세월호 참사 때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2014년 5월 13일 대통령의 얼굴에 미용시술로 인한 피멍 자국이 생긴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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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왜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몸서리치고, 유가족들이 시신이라도 만나기 위해 피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점에 미용시술을 받았을까.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다시 분석하고 당시의 정황을 정리해 보았다.
#1. 참사 50여일 전 ‘실 리프팅’ 시술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얼굴에 남아 있던 미용시술의 흔적을 완화하기 위해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때 추가 시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미용시술 흔적이 처음 나타난 것은 세월호 참사 53일 전인 2014년 2월 24일.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오른쪽 옆얼굴엔 작은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와 더불어 무언가에 의해 당겨지면서 생긴 듯한 약한 주름도 발견됐다.
피부과 의사들은 이를 ‘실 리프팅’ 시술에 의한 흔적으로 추정했다. ‘실 리프팅’이란 작은 가시 돌기가 한쪽 방향으로 나있는 의료용 실을 피부 아래로 넣어 중력 반대 방향으로 쳐진 얼굴살을 당기는 미용시술이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26일 독일 방문 당시 의료용 실로 보이는 이물질이 턱 선 표면으로 돌출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의 K 피부과 원장은 “이 같은 흔적이 남은 것으로 보아 숙련되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잘못 시술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 슬픈주름에 남은 시술의 후유증
‘실 리프팅’ 시술의 흔적은 얼굴 면뿐 아니라 입술 양쪽 끝에서 사선으로 내려오는 슬픈주름에도 남았다. 피부과 의사들에 따르면 ‘실 리프팅’ 시술 때 실의 끝부분을 이 슬픈주름 에 걸어서 당기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슬픈주름에 멍이 들거나 함몰 또는 볼록 올라오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실 리프팅 시술 후 오른쪽(사진상 왼쪽) 슬픈주름에 작은 멍 자국이 나타났고 피부 표면은 갈수록 울퉁불퉁해졌다.
메이크업이나 조명, 사진의 초점과 해상도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슬픈주름에 나타난 이 같은 증상은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참사 당일 중대본, 다음날 팽목항 방문 시 촬영된 사진에서도 꾸준히 나타났다. 5월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까지도 박 전 대통령의 슬픈주름은 비정상이었다.
#3 부담스러웠을 미용시술의 흔적
비록 추측이지만, 자세히 보면 제법 선명하게 보이는 이 같은 시술 흔적을 박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당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본인과 정부의 무능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자신의 얼굴에 생긴 비정상적인 흔적을 감추고 싶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이 참사 후 공식 일정이나 언론 공개 행사를 줄인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박 전 대통령은 참사 이후 보름간 총 10차례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그중 7차례만 청와대출입기자들의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 기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대통령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한 것이다. 나머지 3차례 일정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촬영해 언론에 제공했다. 총 12번의 공식 일정을 모두 언론에 공개했던 참사 전 보름과도 대조적인 이 같은 일정관리는 5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4 ‘혹 떼려다 혹 붙인’ 추가 시술
공식 일정 및 언론 공개를 최소화하던 시기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 또 다른 시술의 흔적이 발견됐다. 5월 13일 박 전 대통령의 슬픈주름 상에 짙은 피멍 자국이 생긴 것이다. 당시 복수의 피부과 및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이를 ‘필러 시술’에 의한 흔적으로 지목했다. 문제의 슬픈주름은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약한 멍과 함몰, 도드라짐 등 비정상적 증상이 계속되어 왔던 부위다. K원장은 “오른쪽 슬픈주름의 패인 부분에 필러를 주입해 울퉁불퉁 해진 표면을 개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월호 참사 5일만인 4월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 전 대통령의 왼쪽 턱밑에서도 작은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이틀 전 아침 4ㆍ19 묘역 참배를 마친 후 전날까지 하루 반나절 휴식을 취하면서 받은 시술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자문을 구한 복수의 의사들은 “바늘 자국만으로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5 박근혜와 실 리프팅
박 전 대통령이 ‘실 리프팅’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2014년 2월은 일명 ‘비선 의사’였던 김영재 원장이 청와대를 처음 방문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김영재 원장은 지난해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 재판에 나와 “2014년 2월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만난 박 전 대통령이 ‘왜 주치의가 실을 달라고 했는데 안 주셨어요?’라고 묻기에 ’아직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라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실은 김영재 원장이 ‘실 리프팅’ 시술 용으로 직접 개발한 일명 ‘김영재 실’로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주치의와 자문의를 통해 이 실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안면 비대칭과 비정상적 감각 기능 등 커터 칼 테러의 후유증을 앓았던 탓에 ‘실 리프팅’ 시술에 관심이 많았다. 만약 김 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2014년 2월 당시 ‘실 리프팅’ 시술을 원했던 박 전 대통령이 ‘김영재 실’ 확보에 실패하자 다른 실을 이용해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재 실’은 그 해 9월 23일 신청 26일만에 식약처 허가를 받으며 특혜 의혹이 일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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