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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지금 경찰서는? 취객과의 전쟁터!

입력
2018.06.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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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 있는 깊은 밤, 도심 곳곳의 경찰서에서는 취객들의 행패와 소란이 벌어집니다. 면전에서 욕설은 기본,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 때문에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경찰서의 새벽 풍경을 한국일보가 다녀왔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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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당신들 사과해 어서! 사과하라고!” 27일 일요일 새벽 2시4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막 들어온 20대 만취 여성이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합니다. 

“조센징(한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들은 흥분을 안 하면 말귀를 못 알아먹어!” 급기야 여성은 들고 있던 화장품을 경찰들을 향해 마구 던지면서 악다구니를 씁니다. 

난동은 2시간 가까이 이어지다 겨우 마무리됐습니다. 여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귀가했고, 경찰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죠. “직접 폭행하는 정도가 아니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계속 참아내고 귀가하길 기도할 수 밖에요.”

 “이거 놔 XX!” 같은 시각, 서울 광진구 화양동 화양지구대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은 없습니다. 한 여경이 술에 취한 20대 남성을 깨우려 다가서자 “아줌마는 신경 쓰지 말고 꺼져” 라는 말이 되돌아 옵니다.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든 새벽, 서울 도심 곳곳에 위치한 경찰서에서는 취객들의 행패와 소란이 셀 수 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폭언과 폭행을 서슴없이 일삼는데요. 

실제로  대한민국 공권력은 하루에 26명꼴로 주취자에게 폭행 등을 당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했다고 너무 함부로 대합니다. 일상다반사지만 여전히 당황스럽고 힘어요” 과연 심리적 고통 뿐일까요? 경찰들은 주취자의 무차별 폭행에 심각한 부상을 겪기도 합니다. 

신입 순경이 흉기로 등과 다리를 찔리는가 하면 만취한 남성이 낫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바람에 이를 피하던 경찰관이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경찰만이 아닙니다. 119구급대원들도 사정은 비슷하죠. 지난 4월에는 강연희(51) 소방위가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진 시민을 구조하려다 머리를 맞아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당하면서도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주취자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최악의 경우 공무원 ‘자격’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무집행방해 처벌 수위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약한 것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죠.

미국은 술에 취해 경찰의 공무집행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경찰에게 욕이나 모욕적인 말을 하면 즉각 체포합니다. 일본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사건 발생 시 경찰관이 가해자와의 합의를 거부하도록 하고 있죠. 엄벌을 받게 하기 위해섭니다. 

물론 한국도 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구속수사를 검토하고 손해배상 청구 등 민ㆍ형사상 소송을 통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또한 ‘공무집행방해’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현재는 기물파손이나 폭행 등 물질적인 피해가 있어야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어요." "적용 범위를 넓혀, 욕설 등 업무 방해 행위도 다 포함시켜야 합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적용 범위를 당장 넓히기 어렵다면 상황에 따라 민ㆍ형사상 면책 조항이라도 확실히 해야죠."(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취객들의 폭행에 멍드는 경찰, 구급대원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문 : 이상무 기자, 손영하 기자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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