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배려] 하늘나라로 간 ‘칸토’, 영국으로 가는 ‘통키’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서 33년간 전시되던 아시아 코끼리 ‘칸토’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부검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3년간 앓던 양쪽 앞발 염증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몸무게가 5톤에 달하던 칸토는 평소 건초와 과일을 하루에 100㎏씩 먹었는데 나중에는 사육사들이 먹여주는 풀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코끼리에게 발 질환은 가장 흔한 질병으로 해외 동물원에서도 발 질환으로 폐사하는 예가 다수 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그렇다면 동물원 속 코끼리들은 왜 발바닥에 염증이 잘 생길까. 야생 코끼리가 하루 수십㎞씩 돌아다니는 데 반해 동물원 속 코끼리들은 평생을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지내야 한다. 이에 더해 운동을 하지 못하니 체중조절이 안되고, 이는 발과 관절에 무리를 준다.
사실 동물원 코끼리는 발바닥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코를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등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시동물 전문 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에 따르면 놀 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전시관 내에 있는 국내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상당한 시간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무리 동물원 시설이 좋아도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이동하며 대규모 집단을 형성하는 코끼리의 습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고등학생이 쓴 동물원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코끼리는 북극곰, 돌고래, 대형 유인원과 함께 동물원에서 키워서는 안 되는 4대 동물로 꼽힌다. 행동반경이 넓고 사회적 동물이며 지능이 높다는 게 공통점이다.
칸토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은 지 1주일 가량이 지난 11일에는 국내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북극곰인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가 생태형 동물원인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동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통키의 사육환경 문제는 그 동안 여름만 되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수년 전 통키가 사는 수족관 내 벽과 수조 속에 물이끼가 생기고 흰색 이어야 할 통키의 목과 발 부분 털이 한때 녹색으로 바뀐 게 드러나면서 서식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동물보호 활동가가 통키의 환경을 개선해달라며 북극곰 탈을 쓰고 한강 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통키 역시 칸토처럼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정형행동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영하 40도에서 시속 120㎞의 강추위 속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북극곰이 30도가 넘는 여름철 야외 전시장에 있는 것 자체가 북극곰에겐 고역일 수밖에 없다. 통키가 올 가을 영국으로 가게 되면 이제 국내에서는 북극곰 전시가 사라지게 된다.
칸토와 통키의 소식을 들은 한 동물원 수의사는 “칸토도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코끼리 보호소로 보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랬다면 평균 수명 보다 10년 이상 빨리 죽은 칸토가 조금은 더 오래 살았을까. 칸토와 통키 모두 그곳에선 행복하길.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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