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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간 ‘칸토’, 영국으로 가는 ‘통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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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간 ‘칸토’, 영국으로 가는 ‘통키’

입력
2018.06.12 13:3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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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하늘나라로 간 ‘칸토’, 영국으로 가는 ‘통키’

지난 2일 사망한 코끼리 칸토(왼쪽)와 11월 영국 생태형 동물원으로 떠나는 북극곰 통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제공
지난 2일 사망한 코끼리 칸토(왼쪽)와 11월 영국 생태형 동물원으로 떠나는 북극곰 통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제공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서 33년간 전시되던 아시아 코끼리 ‘칸토’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부검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3년간 앓던 양쪽 앞발 염증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몸무게가 5톤에 달하던 칸토는 평소 건초와 과일을 하루에 100㎏씩 먹었는데 나중에는 사육사들이 먹여주는 풀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했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코끼리에게 발 질환은 가장 흔한 질병으로 해외 동물원에서도 발 질환으로 폐사하는 예가 다수 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대구의 한 동물원에 잇는 코끼리의 발 상태가 좋지 않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발 관리와 종합검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대구의 한 동물원에 잇는 코끼리의 발 상태가 좋지 않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발 관리와 종합검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행동 제공

그렇다면 동물원 속 코끼리들은 왜 발바닥에 염증이 잘 생길까. 야생 코끼리가 하루 수십㎞씩 돌아다니는 데 반해 동물원 속 코끼리들은 평생을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지내야 한다. 이에 더해 운동을 하지 못하니 체중조절이 안되고, 이는 발과 관절에 무리를 준다.

사실 동물원 코끼리는 발바닥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코를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등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시동물 전문 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에 따르면 놀 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전시관 내에 있는 국내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상당한 시간 정형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무리 동물원 시설이 좋아도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이동하며 대규모 집단을 형성하는 코끼리의 습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고등학생이 쓴 동물원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코끼리는 북극곰, 돌고래, 대형 유인원과 함께 동물원에서 키워서는 안 되는 4대 동물로 꼽힌다. 행동반경이 넓고 사회적 동물이며 지능이 높다는 게 공통점이다.

11월 영국으로 가는 북극곰 통키. 에버랜드 제공
11월 영국으로 가는 북극곰 통키. 에버랜드 제공

칸토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은 지 1주일 가량이 지난 11일에는 국내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북극곰인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가 생태형 동물원인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동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통키의 사육환경 문제는 그 동안 여름만 되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의 대상이었다. 수년 전 통키가 사는 수족관 내 벽과 수조 속에 물이끼가 생기고 흰색 이어야 할 통키의 목과 발 부분 털이 한때 녹색으로 바뀐 게 드러나면서 서식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동물보호 활동가가 통키의 환경을 개선해달라며 북극곰 탈을 쓰고 한강 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통키 역시 칸토처럼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정형행동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영하 40도에서 시속 120㎞의 강추위 속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북극곰이 30도가 넘는 여름철 야외 전시장에 있는 것 자체가 북극곰에겐 고역일 수밖에 없다. 통키가 올 가을 영국으로 가게 되면 이제 국내에서는 북극곰 전시가 사라지게 된다.

칸토와 통키의 소식을 들은 한 동물원 수의사는 “칸토도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코끼리 보호소로 보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랬다면 평균 수명 보다 10년 이상 빨리 죽은 칸토가 조금은 더 오래 살았을까. 칸토와 통키 모두 그곳에선 행복하길.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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