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검은손 긴팔원숭이 ‘깜보’와 게잡이원숭이 ‘삼순이’ 사연을 방송을 통해 보고 많이 울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독자는 깜보의 근황을 확인하던 중 깜보가 지난해 8월 죽은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독자 메일을 계기로 한 때 눈길을 끌었다가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진 원숭이 두 마리의 근황을 확인했다.
3년 전 한 개인이 가정에서 키우다 잃어버려 길에서 발견된 깜보는 개인이 키울 수 없는 멸종위기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ㆍ사이테스) 1급종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에 몰수됐다. 맡아줄 곳이 없던 깜보는 국립생태원으로 이동했다. 이동 초기 깜보가 국립생태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차라리 개인이 계속 키우게 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1년 뒤 깜보와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했다. 한 가족은 11년간 사이테스 2급종인 삼순이와 함께 살았는데 사정이 생기면서 삼순이를 지방의 한 동물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삼순이가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삼순이를 동물원에서 사육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삼순이 구조 카페’ 회원 중 한 명이 사비를 들여 사육시설을 갖추고 삼순이를 데려갔다.
깜보와 삼순이는 모두 멸종위기종 원숭이이며 국내에 불법으로 들여온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몰수된 개체였던 깜보와 주인이 포기했던 삼순이가 간 길은 달랐다. 깜보는 국립생태원에서 사육되다 지난해 8월 병원성대장균에 감염돼 죽었다. 사인을 객관화하기 위해 대학에서 부검까지 진행했다. 삼순이는 대구지방환경청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삼순이를 데려간 개인이 돌보고 있다.
긴팔원숭이의 평균 수명이 20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나이가 많지 않았던 깜보의 죽음은 이른 감이 있다. 그렇다고 깜보가 가정집에서 살았다면 더 오래 살았을까. 오래 살았다고 해도 그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삼순이는 사육시설이 있는 곳에 있다지만 생태적 습성을 충족할 수 있을까.
이미 사람과 친숙해진 깜보나 삼순이를 가정에서 키우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잘 따른다고, 사육환경이 동물원보다 낫다고 해서 예외를 허용해주기는 어렵다. 또 개인이 열심히 돌본다 해도 야생동물 습성에 맞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행동 풍부화를 시켜줄 수는 없을 것이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야 하는 야생동물에게 인간과 살게 하면서 옷을 입히고 TV를 보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에게 행복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 깜보는 어릴 때 사회화 과정을 배우지 못해 생태원의 다른 원숭이 2마리와 합사 시킬 수 없었다. 장난끼 많은 성격에 수의사나 사육사를 물거나 안경을 집어 던지는 일도 예사였다고 한다. 깜보의 성격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처럼 키운다 해도 그 습성이 남아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난폭해져 관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버려질 가능성도 높다는 건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밀수된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들이 발견돼도 갈 곳이 없었다. 환경부는 2020년을 목표로 유기되거나 구조한 사이테스 종 동물들을 위한 공간인 ‘사이테스 쉘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제2의 깜보와 삼순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야생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을 불법으로 들여오는 것부터 사라져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긴팔원숭이 깜보가 생전 당시 야외방사장에서 노는 모습 영상보기
영상: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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