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서유기’ 특검 소환돼 진술 거부
드루킹ㆍ서유기, 2일 檢소환에도 불응
법원 재판연기 불허에 이달 석방 가능성
특검 “석방 여부와 관련 없이 수사”
허익범(59ㆍ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주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는 등 특검 초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 등 일당 4명의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불허함에 따라 구속 상태에서 재판 중인 이들의 석방 가능성이 커진 것도 수사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김씨와 함께 댓글 조작 사건의 주요 공범인 박모(31ㆍ필명 서유기)씨는 지난 1일 특검에 소환됐지만 모든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이번 사건에 활용된 매크로(댓글 등을 한꺼번에 대량 입력)프로그램인 ‘킹크랩’으로 댓글 작업을 한 장본인으로 댓글 조작 주도 그룹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자금 운영도 관여했다. 그는 김씨와 경공모 자금줄로 거론되는 비누 판매업체 ‘플로랄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이 김씨 다음으로 박씨를 부른 것은, 이번 사건의 쟁점인 ‘댓글 조작 시기’와 ‘경공모 활동자금 출처 및 배후세력’ 의혹을 밝히는데 필요한 핵심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작 박씨는 당일 변호인 선임 문제를 이유로 특검 사무실에 5시간 가량만 머물다 돌아가, 특검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진술을 듣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한 검찰의 김씨 일당 재판 연기 요청(본보 6월29일자 12면)에 대해 법원이 최근 불허한 것으로 확인돼 자칫 수사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정된 대로 4일 결심 공판이 진행돼 이달 내로 김씨 일당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이 받고 있는 업무방해 혐의는 실형이 나온 경우가 드물어, 이들이 자유의 몸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재판 일정이 유리하게 전개되자 검찰 조사도 거부하는 실정이다. 추가 혐의를 보강해 재판을 속행(계속)하려는 검찰이 지난 2일 구속돼 있는 김씨 등 4명을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사건에 가장 깊게 연루돼 있는 김씨와 박씨가 소환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박씨 측은 “모든 자료가 특검에 넘어갔기 때문에 검찰 조사보다 특검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 등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재판이 길어질 수 있어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들이 석방되면 나머지 수십 명의 댓글조작 피의자들과 입맞추기(증거인멸)도 가능하고, 특검이 강제적으로 소환하려면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수사가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이들의 신병문제와 관련해 검찰과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특검 측은 “(김씨 등의 석방 여부와) 관련 없이 주어진 여건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법원에 특검 차원의 의견 개진 등은) 검찰의 역할”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특검은 전날 김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변호사 도모(61)씨를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로 소환해 9시간 가량 추궁했다. 특검은 도씨가 지난해 6월부터 김씨에게 일본 대사직 추천을 요구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김경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청탁에 응하지 않자 도씨에게 다른 여권 실세를 통해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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