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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도 정보도 부족... 수도권 몰리는 지방 청년들

입력
2018.08.04 09:00
수정
2018.08.04 11:5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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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채용 절반 서울ㆍ경기 집중

평균 시급도 경북ㆍ전남 하위권

“지역이 처한 상황ㆍ인프라 감안

청년정책 추진 전 들여다봐야”

“근로계약서요? 단순 아르바이트조차도 10곳에 전화하면 두 군데 면접을 볼까 말까 해요. 어렵게 구한 일자리, 괜한 말을 꺼냈다 놓칠까 봐 엄두도 못 냈어요.”

충남 한 중소도시에서 방학마다 세 번의 편의점 취직을 비롯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해 온 취업 준비생 남지현(가명ㆍ27)씨에게 근로계약서는 남의 얘기다. “심지어 한 번은 3개월간 ‘수습 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아야 했지만 항의할 생각도 못 했어요. 계약서가 없으니 약속한 시간보다 일을 더 시키거나 불시에 불러 추가근무를 시키는 경우도 빈번했죠.” 그는 지방 청년으로 살아가는 힘든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공고는 나지 않고 전임자가 그만두며 소개해 준 자리였거든요. 방학이면 특히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요. 이런 가운데 찾은 자리인데, 사장과 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싫어 치사해도 참아야 하는 일이 많았죠. 지역 청년들에겐 치사해도 흔한 일이죠.”

곳곳의 지역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지방 청년들의 처지는 이중고, 삼중고다.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단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고,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기도 일쑤다. 대다수 청년이 짊어진 취업난, 주거 빈곤의 역경 위에 열악한 지역의 상황까지 헤쳐 나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2017년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구인사이트 ‘알바천국’에 2017년 1~5월 등록된 아르바이트 채용 구인 입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자리 176만8,000여건 중 절반 수준이 서울(24.6%)과 경기(20.5%)에 집중됐다. 뒤를 이은 3~5위 역시 부산(9.7%), 대구(7.9%), 인천(6.5%) 등 광역시다. 하위 3개 지역은 강원(1.2%), 제주(0.7%), 세종(0%)으로 모두 합해도 2%에 미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도 지역별 편차가 있다. 2017년 전국 시급은 6,990원으로,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지역은 서울(7,176원), 제주(7,133원), 인천(6,966원)이었고, 하위 지역은 경북(6,781원), 전남(6,755원), 전북(6,733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몰린다. 한 번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하니 지역에서는 함께 공부할 사람을 찾거나 정보를 얻기조차 힘들다. 졸업 후 부모님이 계신 지역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도 결국엔 다른 청년이 많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거 빈곤을 견뎌 내는 선택을 하기 일쑤다. 공기업 경영직렬 취업을 준비 중인 박수진(가명ㆍ27)씨는 “1년 전 졸업 후 부모님이 계신 광주에 내려갔다가 사람도 정보도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공부 중”이라며 “치약, 샴푸값까지 아까워하며 생활하는 상황이라 마음 같아서는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싶지만, 스터디를 꾸리기도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인턴을 하며 모아 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요즘엔 독서실도 기본이 월 15만원, 프리미엄 독서실은 30만원 수준이라 무중력지대 등 청년공간을 이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지내면 지금 있는 생활비로 올해 하반기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 청년들은 ‘청년이 살고 싶은 지역’은 고사하고 ‘취업 준비 기간에도 버틸 수 없는 지역’의 현실에 대한 직시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청년창의포럼 등을 통해 지역 청년 라이프 스타일 등을 탐구해 온 ‘원주청년생활연구회’의 조국인(28) 회장은 “일자리가 줄어 청년들이 점차 지역을 떠나고, 그로 인해 거듭 취업환경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원주만 해도 다섯 곳이나 되는 4년제 대학의 수많은 졸업생의 일자리 수요를 채워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청년을 타깃으로 하는 정부 정책들조차 과연 지역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 인프라 등을 얼마나 감안하고 있는지 사실 회의적입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나 청년 정책이 함께 가지 못하고 따로따로 양적 팽창만 추구할 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의 삶의 질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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