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고갈 3~5년 앞당겨질 것”
재정추계 결과 발표 앞두고
공적연금 기능 강화 압박나서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 발표(17일)가 다가오면서 공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금고갈론 뒤에 숨어 몸을 사리지 말고 소득대체율 인상 등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적극 나서라”고 연일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9일 “기금고갈론에 휘둘려선 안되며, 정부가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낼 예정이다. 한국노총 역시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기금고갈론 프레임이 또 다시 작동해 국민연금이 더 깎이고 보험료만 높아지게 되는 결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복지부는 구체적 논의를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적정 급여를 위한 소득대체율 상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과 소득대채율을 50%로 인상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전국사회보장기관 노조연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소극적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경질하라”(노년유니온)와 같은 노동계의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재정추계 결과 기금고갈 시점이 5년 전인 3차 추계(2060년 고갈)보다 3~5년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복지부가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소득대체율을 계획대로 2028년까지 40%(올해 45%)로 낮춘다 해도 기금고갈 시점을 감안하면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마당에,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면 보험료율을 그보다 더 인상하자는 얘기를 꺼내야 하지만 정부가 국민 반발 등을 우려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제도 개선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인 10월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그 전에는 사회적 논의 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양대노총 측은 “이미 지난 5, 6월 복지부 장관과 만나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복지부는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는 상태”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대체율은 40%로 낮추고 보험료율만 찔끔 인상하는 식의 최소한의 개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공적연금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소득대체율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할 때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과 비교한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중을 뜻하지만, 현실에선 40년씩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2017년 기준 ‘실질’ 소득대체율은 45%의 절반 수준인 24%(월 연금액 52만3,000원)에 그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지지율 걱정 등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회 내 특위보다는 가입자를 대변하는 노동계와 사업주가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