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송원학씨 '리멤버 프로젝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욱일기는 전쟁범죄를 일으킨 나라를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욱일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전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광복 73주년을 맞아 온라인에서 '욱일기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는 디자이너 송원학 씨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애국심이 투철하거나, 역사관이 뚜렷한 사람은 아니라며 수줍어했다.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지 15년째를 맞은 그는 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답게 사회에 이바지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1년에 한 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는 '리멤버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제가 바로 욱일기가 전범의 상징임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모델 얼굴에 욱일기 모양의 상처를 그린 포스터를 온라인에 널리 퍼뜨리는 게 이번 캠페인의 핵심이다.
송씨는 10대 청소년들이 욱일기를 패션 아이템 정도로 여기는 점, 국내 연예인은 물론 외국 스포츠 스타들이 욱일기를 거부감없이 사용한다는 점 등을 불편하게 여겨왔다.
그는 욱일기 논란이 일 때마다 비난에 가세하곤 했는데, 어느 날엔가 나는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게 됐고,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욱일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번 캠페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놀이문화에 접목했다. 송씨가 촬영한 포스터를 A4 용지 크기로 출력하고, 그 출력물로 얼굴을 가려 마치 자신의 얼굴인 것처럼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적합한 크기로 제작한 다른 포스터를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방법도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remember_project)에 올라온 사진을 내려받거나, '리그램' 하면 된다. 송씨는 "허락 없이 게시물을 언제든 퍼가 달라"며 웃었다.
송씨는 포스터 촬영을 위해 일반 시민 2명을 섭외했으며 자신도 모델로 참가했다. 이번 촬영을 위해 특수분장 기술까지 배운 송씨는 분장과 촬영, 포스터 제작 등 모든 과정을 홀로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광복절에 시작하지만, 기한은 없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날이 이 캠페인을 종료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송씨는 말했다.
그는 애초 광복절 당일 길거리에 전단을 부착하는 오프라인 캠페인도 준비했다가 포기했다.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광복회 등에 캠페인을 알리는 홍보물을 송부했다.
송씨는 이번 캠페인과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반대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20∼45세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겪어야만 했던 아픔을 직접 보여주는 내용이지만, 광고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욱일기 반대 캠페인, 반대 광고가 어디까지 퍼질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아도 분명 우리는 바뀌고 있으니 이 캠페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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