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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인ㆍ화장한 남성ㆍ맘키즈... 유심히 보는 건 그들에겐 ‘시선 폭력’

입력
2018.09.08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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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자에 자기검열 기제로 작용 

 “나도 한때 아기였음을 기억해 

 자라나는 아이들을 배려해야” 

일각에서는 아동 차별에 반대해 '불필요한 시선 주기 자제', '노약자 및 임산부 보호석 사수하기' 등의 실천 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아동 차별에 반대해 '불필요한 시선 주기 자제', '노약자 및 임산부 보호석 사수하기' 등의 실천 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요즘 카페, 식당에서 ‘으앙’하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라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요. 아예 돕거나 호의적 표정을 취할 게 아니라면 나도 모르게 가하는 시선 폭력을 방지하겠다는 차원입니다. 다른 사람은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서 유독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에게만 과도한 시선을 주는 것도 결국엔 압박밖에 안 되거든요.” (계간 ‘홀로’ 이진송 발행인)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아이와 보호자. 특히 엄마에 대한 비난 수위가 점차 거세지자, 일각에선 인식 개선이나 모성 보호를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소소한 노력’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혐오나 차별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변화는 내 작은 행동과 마음가짐에서부터, 또 이를 공유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이 실천 중인 것은 불필요한 시선 주기 자제, 노약자 및 임산부 보호석 사수하기, ‘나도 한때 아이였음’을 자주 상기하기 등이다.

이 발행인이 ‘시선 주지 않기’를 실천 중인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약자들에게 곧 자기 검열 기제로 작동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흔히 시선이 권력이나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 한 번 더 눈을 돌리거나 누군가를 유심히 볼 때는 주로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들을 향해서잖아요.”

고도비만인, 화장한 남성, 타투를 한 사람, 이젠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보호자까지다. “한 번 더 향하는 시선이 스스로 모니터링하게 만들고 자기 검열 기제로 적용되니 그걸 막겠다는 거예요. 거대한 노력은 거대한 것대로, 개인 차원의 노력은 그 노력대로요.”

개인행동 변화를 통해 주변에 보내는 작은 신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실천하는 또 하나의 노력은 ‘노약자 및 임신부석 사수하기’다. 그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임신부석 바로 앞에 서서 간다”며 “임신부나 육아하는 보호자들을 향해, 또 무심코 그 자리에 앉을 다른 시민을 향해 ‘나는 지금 이 자리를 일부러 비워놓았습니다’라는 시그널을 보낸다”고 했다.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져요. 최근엔 여성 네 분이 나란히 그 자리를 에워싸듯 서서 가기도 했어요.” 보디랭귀지가 통한 덕일까. 그 사이를 비집고 앉은 건장한 시민은 아직까진 없었다.

시민 9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공존을 위한 제언’을 묻자 상당수 응답자가 “불필요한 시선 주지 않기”를 제언했다. 또 다른 주요 제언은 “우리 모두 한때 서툰 아이였음을 기억하기”였다.

“처음부터 어른의 사고방식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나요. 어른의 규격으로 아이를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는 것은 당부해야 할 사항 이전에 인격의 문제 같아요. 우리 모두 약자로 태어났고 약자로 돌아가잖아요. 그걸 기억하지 않으면, 칼 같은 비난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다 같이 기억했으면 해요.” (20대 응답자)

자녀가 없다고 답한 30대 여성 응답자는 친구의 아이들과 식당을 찾은 경험을 상기했다. 그는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기분이 좋아 소리를 지르자 주변 손님들이 모두 인상 쓰는 표정으로 우리 테이블을 바라봐 놀랐다”며 “아이 소리에 놀랄 순 있지만, 그렇게까지 노골적이고 불쾌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게 수많은 엄마의 고충이라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고 했다.

“우리 모두 아기였잖아요. 우리 부모님 또한 아이였을 당신들을 안고 어르고 다녔을 테고요. 그것만 기억하더라도 조금 더 여유로운 사회가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없어야 합니다. 본인의 아이니까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의 태도 대신 아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누구나 고민해야 할 문제에요.”

“개구리 올챙이 적 잊지 말자”는 한 40대는 “우리 모두 다른 어른의 배려 속에 어른으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성장해왔다”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체험과 교육의 기회 자체를 빼앗는 부당한 사회를 만들진 말자”고 했다.

어쩌면 적잖은 갈등이 상상력의 빈곤에서 비롯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사람을 평가, 비난하기에 앞서 ‘그의 처지를 다 알고 힐난하기에 내 상상력이 얼마나 비루하고 제한적인가’를 돌아보자는 얘기다. 한 30대 응답자의 말이다.

“우리는 모두 외부에서 각 순간을 마주치는데 그 순간의 모습으로 타인의 전부를 판단합니다. 육아가 항시 완벽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을 수 없으므로 내게 닥치는 순간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죠. 이 점을 서로 기억한다면 이해와 배려의 폭도 넓어지리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동에 있어서는 전 사회가 공동육아의 책임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마주치고 배려받은 경험이 쌓인다면, 장차 그 아이들도 이상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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