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Team) 벤투’가 왔다.
파울루 벤투(49) 신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4명의 코치와 함께 20일 입국했다. 키는 175cm로 크지 않지만 깔끔하고 짧게 자른 머리에 강렬한 인상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과 전한진 사무총장이 꽃다발을 건네자 활짝 웃었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간 그는 “한국에 와서 영광이다. 열정을 가지고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아시안컵과 4년 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목표를 묻자 벤투 감독은 “한국이 그 동안 아시안컵에서 결승 등 고비를 넘지 못해 2,3위를 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우승 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벌어지는데 한국은 중국,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C조에 속해 있다. 한국에서 보여줄 축구에 대해 그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일단 선수들을 잘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만의 축구 스타일을 만들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축구협회는 23일경 벤투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따로 열 계획이다. 그 사이 그는 축구협회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을 둘러보고 오는 22일 열릴 K리그1(1부) 경기도 직접 관전할 예정이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64) 감독이 한국에 들어올 때 카를로스 아르무아(69) 피지컬 코치 달랑 한 명만 대동한 것과 달리 벤투 감독 옆에는 4명의 코치들이 늘 붙어 다닌다. 축구협회는 연봉 등을 논의할 때도 벤투 감독, 코치들과 따로 의사를 주고받지 않고 ‘팀 벤투’와 통틀어 전체 금액을 협의했다.
아르무아 코치는 피지컬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역할이 없어 ‘슈틸리케의 말동무’ ‘조깅 코치(조깅만 지휘한다고 해서)’란 비아냥을 들었다. 반면 ‘벤투 사단’은 업무 분장이 확실하다.
세르지우 코스타(45) 수석코치는 공격 전담, 필리케 쿠엘료(38) 코치는 수비 전담이다. 코스타 수석코치는 2004년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프로축구 스포르팅 유소년 팀을 지휘할 때부터 함께 했고 경기분석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능하다. 체육교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쿠엘료 코치는 지도자 자격증 중 최상위 레벨인 유럽축구연맹(UEFA) 프로 라이센스 보유자다. 이 밖에 비토르 실베스트레(35) GK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39) 피지컬 코치 등 ‘벤투 사단’은 비교적 젊은 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과거 브라질월드컵(포르투갈 대표팀), 최근 프로(중국 충칭) 클럽에서 좋은 결과를 못 냈지만 이 정도 실패 경험은 어떤 지도자나 있다. 최근 이력만 보고 무작정 비판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요즘 감독의 역량은 얼마나 전문화 된 스태프들을 데리고 있느냐에 갈린다. 포르투갈이 전통적으로 우수한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다. 벤투 감독과 함께 온 코치들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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