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민연금 국가 지급 보장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공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관해 자문위원회의 자문안을 넘겨받고 정부안 마련에 착수했는데, 정부안 마련에 있어 3가지 점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를 공식화한 것은 국민연금 개혁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낼 수는 있지만,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나 세대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떻게든 정부가 연금을 줄 것’이라는 인식은 되레 국민연금 개혁이나 운용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법적으로 지급 보장을 확정하는 순간 국가충당부채가 급증해 국가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앞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지난 17일 지급 보장 명문화 대신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처럼 급여부족분이 발생하면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적자보전조항’을 명시하는 대신, ‘급여의 안정적ㆍ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 정도의 추상적인 반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다면 추상적으로나마 지급보장 명문화를 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근로소득 없는 65~70세 이상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소득분배 악화로 가계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은 국민연금 개혁만으로는 타개가 힘들 수 있는 만큼 다른 연금 개선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이번 제도 개혁도 기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국회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한다는 긴 관점을 가지고 정부안을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