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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낙태 파업’ 의사들의 괴로운 속사정은…

입력
2018.09.06 14:00
수정
2018.09.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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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의료인이 낙태시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로 처벌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전해졌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에 반발해 낙태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는데요. 낙태죄 위헌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낙태수술의 책임을 의사에게 돌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의사들의 수술 거부가 환자들을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목소리를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제작=김수진 인턴기자

“딸 둘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을 판국에 셋째는 도저히 낳을 수 없어요. 부탁입니다. 아이를 지워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셋째 아이를 임신한 김주영씨) 산부인과 전문의 A원장은 최근 김주영(47ㆍ가명)씨의 간곡한 낙태 수술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곧 나이 오십이 되는 김씨에게 임신은 신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딸 아이의 인생이 달린 일이에요. 한번만 살려주세요...” (임신한 10대 딸을 둔 어머니)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바로 '미성년자가 낙태수술을 요청할 때'. 이들은 "한번만 살려달라는 그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소속 전문의들은 낙태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 사회 환경이 낙태를 조장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 아닌가요?” (산부인과 의사 B씨) 보건당국이 '자격정지 1개월'이라는 엄포로 낙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했다는 분노 때문입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낙태 수술을 하는 것 아닌가요?", “환자의 딱한 사정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요..." 낙태수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임신 13주 이상 되면 태아가 손가락, 발가락까지 있는 상태라 낙태 수술하는 의사도 괴롭고 힘들 수밖에 없어요." (경기 일산 산부인과 D전문의) D전문의는 낙태수술을 하면 늦은 밤까지 잔상이 남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생명을 없애는 낙태수술은 의사에게도 힘겨운 일입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낙태수술 전면 거부로 환자들이 위험한 선택을 할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도 성분이 불분명한 중국산 낙태약을 먹고 하혈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여성들이 많은 상황.

모자보건법 낙태수술 허용 범위 :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을 경우/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현행 모자보건법의 낙태수술 허용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라 합법적 낙태를 주장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미성년자나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이들에 한해 임신 초기 중절수술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현실적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원문 김치중 기자 (바로가기)

제작 김수진 인턴기자

사진출처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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