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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트럼프 저항세력” 미 관료 익명 기고글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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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트럼프 저항세력” 미 관료 익명 기고글 파문

입력
2018.09.06 10:29
수정
2018.09.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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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고위 당국자, NYT에 작정하고 칼럼 실어 

 “대통령직 시험대” 사실상 투 트랙 국정운영 시사 

 트럼프 “익명 배짱 없어” 비난했지만 내상 불가피 

난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회동 중 선물 받은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난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회동 중 선물 받은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고위 당국자가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며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익명 칼럼에 워싱턴 정가는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권력의 핵심부에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현직 고위 관료가 개별 사안에 대해 언론에 익명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한 적은 있어도, 작정하고 반기를 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망해가는 NYT에 익명으로 쓴 것 자체가 배짱이 없다는 것”이라며 비난을 퍼붓거나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정치적 내상은 깊어 보인다.

NYT가 게재한 기고글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부”다. 부제목은 “나는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 하지만 한마음을 가진 동료들과 나는 그의 아젠다의 일부와 최악의 편향들을 좌절시키기로 맹세했다”고 적혀 있다. 기사에 첨부돼 있는 영상 삽화 역시 절벽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아메리카 대륙이 추락하지 않도록 4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줄을 끌어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으로 칼럼을 실은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별도의 편집자 주석을 통해 “기고자의 요청도 있었지만 그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음을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기고자는 스스로를 현직 고위 당국자(senior official)라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 내 많은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최악의 성향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며 “나 역시 그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대사의 어떤 지도자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통령직의 시험에 직면해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문제인지를 쭉 열거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관념 부재’(amorality)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봤다. 또 보수진영 후보로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상의 자유, 자유무역시장 등 보수주의 근본 가치들을 모두 무력화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미디어를 싸잡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반(反) 무역, 반(反)민주주의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선 “충동적이고, 적대적이며, 사소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행정부 당국자들조차 마지막까지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예상이 어렵다고도 했다. 회의를 할 때도 주제가 궤도를 벗어나기 일쑤고, 대통령이 일 분만에 마음을 바꿀지 알 수가 없어 늘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인들은 내부에 ‘어른들’(adults)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옳지 않더라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책과 관련한 플랜 B를 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상 투 트랙으로 국정이 운영된다는 취지다.

특히 대외정책과 관련해,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우리의 동맹관계에는 별 관심을 안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나머지 인사들은 또 다른 트랙을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역시 나름 의미심장하다. 그는 "행정부 내에서 국가를 우선시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이 있다”며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나서야만 진짜 달라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글을 끝맺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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