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원생 122명) 건물이 붕괴됐다. 야간에 발생한 사고여서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붕괴 원인은 유치원 바로 옆 빌라 신축 현장의 무리한 굴착공사로 추정된다. 공사를 맡은 업체는 전문가와 서울시교육청의 경고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주민 등에 따르면 6일 밤 11시 20분쯤 상도유치원 건물 바로 옆 공사 현장의 흙막이 벽이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기울었다. 유치원 건물은 ‘ㄱ’자 형태인데 ‘ㄱ’자의 아랫부분이 기울면서 연결부분이 무너진 상태다.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
5개월 전 상도유치원 의뢰로 건물 안전진단을 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7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위험을 경고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 지역 지반이 편마암인데 단층이 무너지게 돼 있었다. 그래서 ‘굴착하면 붕괴된다, 관계기관하고 협의하라’고 리포트까지 써줬다”면서 “그게 시정이 안 돼 결국 붕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비가 많이 내린 것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비가 (붕괴를) 촉진했던 것뿐이지 이미 붕괴 요인이 있었다. 바로 부실한 굴착공사 때문”이라면서 “일주일 전 발생했던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주차장 지반 붕괴)하고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사고 현장을 찾은 상도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발생해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상도유치원은 올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역을 의뢰했었다. 6, 7월 계측 때는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조 교육감은 “(공사) 초기에 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공사가 본격화한 8월에 이상징후를 발견했는데 업체가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건물 붕괴,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주차장 지반 붕괴 등 주변 신축공사에 의한 붕괴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재난안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곤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을 주축으로 지역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재난안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사고가 나면 실무자들 몇 명 잡아넣고 하는 것은 희생양만 만드는 것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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