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총 7억8000만원 투입
대북제재ㆍ북미관계가 변수 될 듯
통계청이 2020년 북한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북한 인구조사를 진행한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통일 관련 인구정책에 대한 기초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13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달 말 ‘2020년 북한 인구 및 보건ㆍ행동조사’ 기본추진방향을 세우고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북한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북한이 WHO에 먼저 인구조사를 의뢰했고, WHO가 지난달 우리 정부에 공동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는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도 함께 참여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달 안에 WHO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추진된다. 오는 11월 사업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내년에 조사항목 선정과 조사표 설계, 시험조사 등을 진행한다. 시험조사는 내년 8월 실시할 예정이다. 2020년 초 표본설계 작업을 거쳐, 같은 해 11월 본조사에 들어간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보고서는 이르면 2021년 6월에 발간될 예정이다.
조사내용은 ▲출산력과 혼인력, 사망력, 이동력 등 인구역학 관련 사항 ▲장애, 일상생활 수행능력, 치매, 건강 등 보건관련 사항 ▲가구, 주거, 정보통신, 사회활동 등 사회분야 관련 사항 등이다.
정부는 우선 이번 조사에 총 7억 8,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자금을 지원하면 UNFPA가 기자재 구입 등 조사 비용을 기금에서 활용하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내년 조사표 설계와 시험조사 등에 1억 4,000만원이 들어간다. 일부 반발을 우려해 예산 증감 없이, UNFPA 분담금으로 편성된 예산 4억원 중 일부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이를 내년도 예산안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북미관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남북ㆍ북미관계의 급격한 개선으로 대북제재가 풀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다. 대북제재 국면이 바뀌지 않는 한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하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남북ㆍ북미관계를 지켜보며 지원 예산과 조사 장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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