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14일 열리면서, 남북이 24시간 소통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개소식에 참석한 남북 관계자들은 연락사무소를 ‘평화의 상징’이자, ‘알찬 열매’라고 강조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개소식을 갖고 기념사에서 연락사무소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판문점선언과 온 겨레의 소망을 받들어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도 축하연설을 통해 연락사무소를 ‘알찬 열매’에 비유하며, “(남북 정상의) 평양 상봉과 회담을 앞두고 사무소를 열게 된 것은 더욱 뜻 깊다”고 밝혔다.
남측에서는 초대 소장을 겸하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50여명이 개소식을 찾았다. 북측은 북측 소장을 맡은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개소식을 마친 후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청사 3층 회담장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어 남북 근무자는 상견례 성격을 띤 1차 회의를 10여분간 진행했다. 천 차관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상견례를 간략하게 하고, 덕담을 나누고, 같이 힘을 모아서 공동연락사무소를 운영해보자는 각오와 다짐을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연락사무소에서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 같다”며 “앞으로 (상주)대표부 설치로 가는 데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기업인들은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공단 시설이 비교적 잘 관리됐다는 데 안도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북측이 초대 소장을 개소식 직전에야 공개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측은 전날 소장을 비롯한 연락사무소 근무자 명단을 통지할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기했다. 당초 개소식이 지난달 중순 예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장 통보를 늦췄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다만 북측 소장을 겸할 전종수 부위원장이 천해성 차관과 마찬가지로 남북회담 경험이 많고, 현안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는 기대감이 높다. 두 인사는 올해 1월 17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에 남북 수석대표로 만났다. 천 차관은 “(북측 소장과)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정신에 따라, 같이 힘을 합쳐서 잘 해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남북 소장은 연락사무소에 상주하지는 않고, 주 1회 정례회의를 통해 만난다. 남측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며 실무를 총괄할 인사는 사무처장(부소장)으로 김창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겸직한다. 북측은 부소장을 비롯, 사무소 인력 구성을 진행 중이다. 개성=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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