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학교∙내신 신뢰 심각하게 훼손한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태

알림

[사설] 학교∙내신 신뢰 심각하게 훼손한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태

입력
2018.10.17 04:40
31면
0 0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가 유출된 정황이 경찰에 의해 일부 확인되면서 내신관리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부친으로 이 학교 전임 교무부장인 A씨가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A씨와 두 딸,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 등 6명 등을 추가로 조사해 이달 중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숙명여고 문제 유출 의혹은 A씨의 쌍둥이 딸의 학업 성적이 급상승하며 불거졌다. 현재 2학년인 A씨 딸들의 성적은 지난해 1학기에 각각 문ㆍ이과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다가 올해 1학기 전교 1등으로 올랐다. 이 같은 급상승은 단기간의 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A씨는 당시 딸들이 속한 학년의 시험지와 정답지를 검토ㆍ결재하는 결재선상에 있었다. 아버지의 과다한 욕심이 자녀들까지 망치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고교내신에 대한 신뢰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교육단체들은 교육부가 전국 모든 고등학교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내신 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은 숙명여고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 적발된 것만도 광주 등 3건이고 2014년 이후 13건에 이른다. 행정실장이 시험지를 통째 빼돌리거나 일부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 주기도 했다. 학원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경우까지 있다. 이러다 보니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남 8학군 명문고’까지 내신 비리에 연루된 이상 고교내신뿐 아니라 공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참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고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교육부는 최근 시험지 인쇄실 등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교사와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근본 대책이 아니다. 내신의 근간은 신뢰다. 대학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커진 지금의 제도하에서 내신 부정 사건이 터지면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공교육의 위기와 혼란이다. 숙명여고 사건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제도와 교육 현실에도 원인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겐 경쟁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외침도 돌아볼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