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제사회에서 남극은 인류의 공통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영원히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2048년 ‘남극조약’이 만료되면, 그 이전처럼 주변국과 강대국의 새로운 쟁탈전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극은 과거 치열한 영토분쟁 대상이 될 뻔했다. 1908년 영국은 남극 지역 영유권을 최초로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1940년대까지 뉴질랜드, 프랑스, 노르웨이,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총 7개 나라가 남극을 각자의 논리로 쪼개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중 영국, 칠레, 아르헨티나가 주장하는 지역은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다. 때문에 칠레기지와 우리나라 세종기지 사이의 바다를 영국은 '맥스월만', 칠레는 '필데스만', 아르헨티나는 '가르디아만'으로 부르고 있다.
결국 미국 주도 아래 국제사회는 1959년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을 체결했다. 남극과 가까운 위치의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2개 국가가 남극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2048년까지 평화적, 과학 연구용으로만 이용하는 데 서명했다. 이후 60년 동안 남극조약국은 53개 국가로 늘었고 각국의 과학기지가 세워졌다. 우리나라는 1986년에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남극조약으로 당장의 분쟁은 잠재웠지만 2048년 조약 만료일을 대비해 관련국의 물밑 경쟁은 여전하다. 현재는 어느 국가의 영토권도 인정하지 않고 개발도 제한됐지만, 30년 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남극조약이 시대 흐름에 맞게 재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유도 여기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런던 로얄 할러웨이 대 칼로스 도드 교수는 “남극조약에 새로운 종류의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30년 뒤 2048년의 남극의 가치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라 입을 모았다. 아르헨티나의 남극대외 정책국장 막시모 고우랜드는 “확실히 많은 국가들이 미래에 이용 가능한 남극자원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2013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소속 운동가들이 남극을 지구에서 가장 큰 자원 보존지로 남기자고 주장했지만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가 이를 거부한 것도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경제개발이 시급한 개도국의 경우 지나친 보호가 상업적 이익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약간의 어업을 허용하는 수정안에 중국은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3년 간 5차례나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조약 만료가 다가올수록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대륙 남극은 대륙의 98%가 평균 2,000m 두께 얼음으로 뒤덮여있지만, 최소 2,0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쿠웨이트나 아부다비보다 더 많은 양이다. 주변 해안의 수산자원도 풍부하고 2013년에는 다량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것으로 추정되는 ‘킴벌라이트’ 광맥이 확인되기도 했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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