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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둥ㆍ불기둥… ‘땅밑 폭탄’ 일상 공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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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둥ㆍ불기둥… ‘땅밑 폭탄’ 일상 공포로

입력
2018.12.0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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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ㆍ가스관ㆍ전선 등 엉킨 채 방치] 

 고양 열수송관 신고에도 밸브 차단 늑장 대응 

 27년 전 매설… “일산 등 1기 신도시 점검 필요” 

 올해 초엔 분당에서도 두 번이나 파열 

5일 오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와 관련 작업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5일 오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와 관련 작업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각종 배관과 전선이 묻힌 지하세계가 언제까지 안전 사각지대에 있어야 하는지 국민의 걱정이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땅밑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안전 관리나 신속한 사고 대응이 되지 않다 보니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 지뢰밭 위를 국민이 지나다니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난이 거세다.

4일 저녁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충격적이다. 난방용으로 이 일대 아파트 등지로 보내는 섭씨 100도 가까운 물 1만 톤이 순식간에 도로 위를 덮쳐 일대를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승용차를 타고 가던 시민 송모(69)씨는 차내로 들어온 열탕에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떠안았고, 눈 앞을 가리는 짙은 수증기와 발목까지 차오른 뜨거운 물에 40여명이 비명을 지르며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 속에 주민 수 천명이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주민들이 지옥 같은 공포를 경험하는 사이 관계기관의 사고 대응은 한참 굼뜨기만 했다. 열수송관 사고 신고(오후 8시41분)를 받고 40분 뒤 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사고 대응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온수 밸브를 완전 차단한 것은 1시간30분 뒤인 오후 10시15분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한파로 수증기가 심하게 발생해 현장접근은 물론 맨홀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고, 배관 직경도 타 지역(200~300㎜)에 비해 훨씬 큰 850㎜여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사고현장과 고양지사까지는 직선으로 1㎞거리로 차량 이동으론 5분 이내다.

사고는 노후화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조성되던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의 녹슨 용접부위에 균열이 생겼고,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서 뜨거운 물이 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산,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지역에 대한 총체적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올 2, 3월 성남시 분당구에서 20년 이상 된 노후 열수송관이 두 차례 터지는 바람에 수 천세대에 난방이 끊기는 등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올 들어서만 4번째다. 이처럼 파열 위험을 안고 있는 노후 열수송관은 수백㎞에 걸쳐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 총 2,164㎞ 중 20년 이상 사용된 것은 32%인 686㎞에 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열수송관 결함 대부분이 20년 이상 열수송관에서 발생한다”며 “이는 불완전한 초기 공법, 구조적 결함, 노후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열수송관 사고 8건 중 7건은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 부식이 원인이었다.

지하세계의 시한폭탄은 비단 열수송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스공급관, 통신선, 전선, 상ㆍ하수도 가 지하에 어지럽게 널려있지만 안전 관리는 엉망이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광케이블 화재는 서울의 4분의1에 해당하는 북서권 지역에 유ㆍ무선 통신두절과 카드결제 불능 등으로 주민 생활을 24시간 이상 마비시켰지만 2주가 다 돼가도록 화재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KT 통신구처럼 민간이 전담 관리하는 지하구(통신, 전기 등 단독구)는 거미줄처럼 땅속 곳곳에 퍼져있지만 관계당국에서 시설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재 등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잠재적 위험요인이 정부 관리나 통제 없이 허술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뭐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황당한 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에서는 상수도 공사 중 굴착기가 고압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수 천 세대가 정전사태를 겪었다. 당시 공사를 진행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도면상 전선 위치를 확인하고 작업했으나 실제 위치와 달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싱크홀과 지반침하 사고가 도시 곳곳에서 심심찮게 빚어지는 것도 지하설비 노후화와 연관돼 있지만 개선은 하세월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2014~2016년 발생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건 중 3건이 낡은 상ㆍ하수도관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지하설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지하 매설장치는 데이터베이스가 잘 돼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도면과 실제 시공결과가 다를 수 있고,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변수도 많다”며 “지하 기반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지하 구조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점검을 통해 지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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