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노선 202대에 오류 가능성… 사고조사위 “관련 회로 점검” 긴급 안전권고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선로전환기의 관련 부품이 설계부터 잘못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은 작년 9월 선로전환기 설치 후 1년3개월 동안 이 같은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문제의 강릉선을 운행해 온 것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KTX 강릉선 탈선 사고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지목된 선로전환기의 관련 부품이 설계 자체부터 잘못된 사실을 파악하고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조사위가 선로전환기의 경고 신호 장치를 개봉해 봤을 때 선로전환기와 경고 신호를 연결하는 회선이 잘못 연결된 사실이 파악된 바 있는데 조사위가 회선 도면을 확인한 결과 설계도부터 잘못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사고 지점인 남강릉 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강릉차량기지로 보내는 ‘21A’, 서울로 보내는 ‘21B’ 등 두 개가 있다. 조사위 등이 사고 직후 초동 조사를 한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꽂혀 있었다. 이 기계는 작년 9월 처음 설치될 때부터 이미 오류가 있는 상태였고, 코레일은 지금까지 1년 3개월간 오류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운행해온 셈이다.
조사위원회는 이날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강릉선 전체 노선의 선로전환기에도 오류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관련 회로를 점검하도록 긴급 안전권고를 내렸다. 관련 부품이 이미 회선이 뒤바뀐 채 납품됐을 가능성도 있어 다른 지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에도 설계 오류와 이로 인한 오작동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릉선 선로전환기는 강릉-원주 구간 86대, 기존 서울-원주 구간 지하철 선로를 고속철로로 교체하면서 설치한 116대 등 모두 202대가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아직 강릉선의 다른 부분에 대해 선로전환기 관련 부품의 설계가 잘못됐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안전권고는 일반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구간에 사고예방을 위해 통보하는데, 이날 권고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원회는 설계오류를 비롯해 유지보수 문제까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사고 이후 긴급 복구 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부터 정상 운행을 재개해 열차는 저속이나마 강릉선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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