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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너] 승차거부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카풀 서비스를 원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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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너] 승차거부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카풀 서비스를 원하는 진짜 이유

입력
2018.12.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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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홍대입구,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늦은밤 홍대입구,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 늦은 밤 홍대 입구 역에는 택시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잦은 승차 거부로 인한 시민 불편에 서울시까지 나서서 승차 거부를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택시를 이용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승차거부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수도권 택시 서비스의 수요 공급 그래프는 불균형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수도권 택시 서비스의 수요 공급 그래프는 불균형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실제 출퇴근 시간, 심야 시간대엔 이용자 수에 비해 탈 수 있는 택시 숫자가 매우 부족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출근 시간인 오전 8~9시, 이용객들의 택시 호출 건수는 12만 건에 육박하는데 비해 배차 요청을 수신한 택시는 3만 6000대에 그쳤습니다. 퇴근 시간과 심야시간 대에도 마찬가지였죠. 택시 이용자와 차량 간의 수요 공급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수요 공급 불균형을 해소시킬 교통 수단이 필요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 지점을 공략한 것이 바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승차 공유 서비스’입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일반 자가용으로 유상 운행을 하는 공유 경제의 대표 모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일반 자가용으로 유상 운행을 하는 공유 경제의 대표 모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승차 공유 서비스’, 일명 ‘카풀 서비스’는 택시나 버스처럼 운수사업법에 등록된 차량이 아닌 일반 자가용으로 유상 운행을 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가 있죠. 최근 4차 산업 혁명의 주축이 되고 있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기도 한 이 산업에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오는 17일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죠.

법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해 유상 운행을 하면 안된다[저작권 한국일보]
법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해 유상 운행을 하면 안된다[저작권 한국일보]

하지만 국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택시나 버스처럼 등록된 자동차만이 돈을 받고 사람을 운송할 수 있죠. 이런 규제 때문에 2013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던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도 2015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카풀 서비스가 계속해서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카풀 서비스가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엔 유상으로 운행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 항목입니다. ‘출퇴근시’ 이용하는 카풀 서비스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거죠.

’출퇴근 시엔 유상운행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저작권 한국일보]
’출퇴근 시엔 유상운행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저작권 한국일보]

문제는 바로 이 ‘출퇴근시’라는 표현입니다. ‘출퇴근시’가 정확히 어떤 시간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 애매한 조항을 근거로 기업은 적극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반대로 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시장에 난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소식에 택시 업계는 10월 18일 총파업했다[저작권 한국일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소식에 택시 업계는 10월 18일 총파업했다[저작권 한국일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 소식에 지난 10월 18일 전국 택시 업계는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27만여 명에 달하는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이런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선 ‘택시가 없어서 도로가 깨끗했다’, ‘평소에 태워주지도 않아서 어차피 필요 없었다’ 등 택시 파업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택시 업계 총파업 소식에 싸늘한 소셜 미디어 반응 [저작권 한국일보]
택시 업계 총파업 소식에 싸늘한 소셜 미디어 반응 [저작권 한국일보]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편 [저작권 한국일보]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편 [저작권 한국일보]

오히려 택시 파업과 함께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시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반응은 30%에 달했습니다. 이는 버스와 지하철 같은 다른 대중교통 수단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택시 이용 불편 사례 중 승차거부, 불친절로 인한 불편이 40%에 가까웠습니다. 응답자의 60%는 실제 택시 승차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죠.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90%가 카풀 합법화에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90%가 카풀 합법화에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잦은 승차 거부, 불쾌한 승차 경험 등 기존 택시 서비스의 불편 속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수요는 늘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18일 택시 파업 당시 승차 공유 서비스 이용자수는 크게 늘었고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높아졌죠.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카풀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나오기도 했습니다.

카카오 카풀 출시 소식에 한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카카오 카풀 출시 소식에 한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하지만 시민들의 요구와는 달리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에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지난 10일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다는 소식에 한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승차 공유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과 30만 명에 달하는 택시 노동자들의 일자리 사이에 강한 충돌이 계속되고 있죠.

면허증, 보험증, 자동차 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카풀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면허증, 보험증, 자동차 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카풀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승차 공유 서비스 자체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용 시간과 경로에 제약이 많고 현재로선 택시에 비해 사용 가능한 차량 숫자도 현저히 적습니다. 무엇보다도 운행 안전과 운전자 관리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죠. 범죄 경력 조회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용객 안전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권이 없는 승차 서비스 시장 속에서 보다 편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찾는 시민들의 요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시민들은 언제까지 추위 속에 떨어야 할까요?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이현경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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