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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도록… “학교 가는 길이 막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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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도록… “학교 가는 길이 막혔어요”

입력
2018.12.17 16:53
수정
2018.12.17 18:4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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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동남중ㆍ고 진입로 새 땅주인이 소유권 행사

학생들 차도 건너 위험한 통학... 학교ㆍ교육청은 대책 못 세워

[저작권 한국일보]17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 포천시에 있는 동남중고등학교 통학로 한 곳이 펜스에 막혀 있다. 학생들이 통학로를 막아선 펜스를 피해 차량이 오가는 차도를 건너 반대편 통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17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 포천시에 있는 동남중고등학교 통학로 한 곳이 펜스에 막혀 있다. 학생들이 통학로를 막아선 펜스를 피해 차량이 오가는 차도를 건너 반대편 통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학교 가는 길이 끊겨 불편하고 위험해요.”

17일 오전 8시30분 경기 포천시 동남중ㆍ고등학교 통학로.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이 통학로를 막아선 펜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한마디씩 던졌다. 학생들은 이내 차가 오가는 차도를 건너 반대편 통학로로 발길을 옮긴 뒤 다시 학교로 향했다. 차와 뒤섞여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였다.

두 개 통학로 중 한 곳이 펜스에 막히면서 이런 아찔한 풍경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펜스는 높이 90㎝, 길이 30m로 학교 왼쪽 통학로(120m)에 길게 쳐져 있었다. 통학로를 넘어 한 개 차도 절반까지 막아 차량 통행에도 방해가 됐다. 펜스가 쳐진 곳은 169㎡에 달했다.

학생들은 “통학로가 막혀 옆 통학로로 가기 위해 도로를 무단으로 건너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며 “갑자기 통학로에 펜스가 설치돼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1,300여명의 재학생 대부분도 불편하고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30년 가까이 학생들이 다녔던 길에 느닷없이 펜스가 설치된 건 지난 7월이다. 이 학교에 따르면 지난 6월 통학로에 붙은 토지 3,021㎡의 소유권이 바뀌었다. 새로운 토지주가 주택개발을 위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토지주는 측량 결과 해당 토지 일부가 통학로로 쓰이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89년 학교 신축 당시 제대로 경계측량을 하지 않은 것이다.

토지 매도인과 매수인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통학로를 침범한 토지를 학교에서 무상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면서 “대신 학교 진출입 도로 일부를 자신들 토지의 공사용 진출입로로 사용할 수 있게 승인해 달라”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내 협의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토지를 통학로로 쓰게 해 주는 조건으로 학교 소유의 진출입 도로(왕복 2차선) 일부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포천시 동남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로를 막아선 펜스를 피해 차도를 건너 옆쪽 통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포천시 동남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로를 막아선 펜스를 피해 차도를 건너 옆쪽 통학로로 이동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토지주들은 자신들 토지를 침범한 통학로에 펜스를 치고 ‘소유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통학로가 잘려 나가자 지역민들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영철(62)씨는 “학생들 안전을 생각해 대화로 풀어야 한다. 통학로까지 막는 세상이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학교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 년 넘도록 뾰족한 대책은커녕 학생 안전조치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서다. 교육청도 대안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학교가 사립이라는 이유로 토지 매입 등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아무리 사유재산이라고 하지만, 통학로를 막은 것은 도의적으로 부당한 조치”라며 “학생들이 불편함이나 위험이 없도록 통학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지주 측 법률대리인은 “원만한 합의를 원했으나 학교 재단 측에서 이를 거부해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포천시 동남중고등학교 측이 통학로 일부 구간 폐쇄에 대한 안내문을 붙여놨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포천시 동남중고등학교 측이 통학로 일부 구간 폐쇄에 대한 안내문을 붙여놨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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