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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서울대공원 ‘돌핀프리’ 빛 바래나

입력
2018.12.18 14: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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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 지난해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로 이송된 태지가 공연장 뒤 격리된 수조 위에 떠 있는 모습. 고은경기자
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 지난해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로 이송된 태지가 공연장 뒤 격리된 수조 위에 떠 있는 모습. 고은경기자

‘퍼시픽랜드 소유권 이전이냐, 아니면 위탁계약 연장이냐’

올해 12월31일이면 서울대공원이 위탁을 맡긴 큰돌고래 ‘태지’(18세ㆍ수컷)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1년 반 동안 위탁을 맡아왔던 제주 돌고래공연업체 퍼시픽랜드는 계약 종료 이후 태지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태지의 소유권을 넘겨서는 안되며 당장 갈 곳이 없다 해도 일단 계약을 연장한 다음 바다쉼터(해양 보호소)를 추진해 궁극적으로는 그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서울대공원은 아직 ‘이렇다 저렇다’ 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대공원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수족관을 폐쇄한 뒤라) 태지를 돌려 받을 수도 없다”면서 “태지가 그곳에서 잘 지낸다. 다른 보낼 곳도 없다”며 소유권 이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세간의 시각을 의식한 듯 최종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큰돌고래 한 마리 가지고 유난이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칼럼에서도 수 차례 얘기했듯 태지는 우리나라 돌고래 수입의 잔재다. 서울대공원은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두고 공연을 시키는 것이 동물복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세 차례에 걸쳐 방류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9년간 제주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와 동거 동락해왔던 태지는 종이 다른 큰돌고래라는 이유로 방류에서 제외됐다.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보낼 곳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위탁을 자처한 퍼시픽랜드에 넘겼다.

/그림 2지난해 여름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동하기 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던 태지. 고은경 기자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지금도 조련사가 돌고래와 수중 공연을 하고, 공연 후에는 돌고래와 어린이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곳으로 수익을 올리는 업체다. 더욱이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구매하다 적발돼 2013년에는 돌고래 몰수형과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결국 서울대공원이 돌핀프리(dolphin freeㆍ돌고래가 없다는 뜻)를 선언하기 위해 돌고래 쇼를 하는 업체에 보유중인 돌고래를 그냥 넘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태지의 이송비부터 사료값까지 모두 퍼시픽랜드가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대공원이 태지를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태지가 혼자 남게 된 계기는 1년 반 전 제주 앞바다에 방사한 남방큰돌고래인 금등과 대포를 방사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금등과 대포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어딘가 잘 살고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만 20년 동안 수족관에서 살아온 돌고래를 세심한 준비 없이 방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는 나이도 23~26세로 추정돼 방류된 돌고래 중 수족관에서 산 기간도, 나이도 가장 많았다.

사실 ‘돌핀프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기에 가능했다. 2012년 지금은 제주 바다에서 잘 살고 있는 제돌이의 방류를 결정하고, 당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를 생태설명회로 바꾼 것도 박 시장의 결정이었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남은 태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박 시장에게 호소하고 있다.

평생을 돌고래 보호운동에 헌신해 온 세계적 돌고래 활동가 릭 오베리는 얼마 전 기자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태지를 위해선 생츄어리(보호구역)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서울시의 돌고래 정책이 빛 바래지 않고 끝까지 다른 동물원과 지방자치단체에도 모범이 되는 사례로 남길 바란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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