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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개별체험학습에 불똥… 교육부 “안전 우려 있으면 재고 요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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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개별체험학습에 불똥… 교육부 “안전 우려 있으면 재고 요청을”

입력
2018.12.19 18:00
수정
2018.12.19 20: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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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방치하고 있지 않은지” 고3 교실 학사관리도 전수조사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정문을 닫아 걸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정문을 닫아 걸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당국이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고등학교 3학년의 교육과정을 전수 점검하고 안전 우려가 있는 개별체험학습의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고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처럼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외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번 사고 관련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모든 학생 안전 매뉴얼과 규정을 재점검하겠다”면서 “수능 이후 한 달여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 지를 전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끼리 장기 투숙을 하는 여행이 있는 지 신속하게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유 부총리 주재로 열린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도 체험학습과 수능 후 학사관리에 화살이 쏠렸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수능 후 학사 관리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교별 개별체험학습 안전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허가에) 재고를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그러나 교육당국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원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체험학습을 위축시키거나 수능이 끝난 학생들을 무의미하게 학교에 붙잡아 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개별체험학습 자체가 학교장 허가를 받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간다는 의의가 있다”며 “사고와 체험학습의 가치는 별개로 논의돼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교육부 대책이 체험학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사고 피해 학생 10명은 부모의 동의와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17~24일 개별체험학습이란 이름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고, 아직까지 절차상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개별체험학습은 보통 가족 여행이나 친척 방문 등의 사유로 이용되지만, 고3 학생들의 경우에는 수능 시험이 끝난 기간 이를 활용해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는 “체험학습이 아니라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갔다 해도 똑 같은 사고가 나지 않았겠느냐”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능 이후 고3 교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는 대책은 교육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동익 서울 자양고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위해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이미 2학기 수시 원서를 쓸 때부터 정상 수업을 하기 어렵다”며 “입시 경쟁 중심의 교육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이런 대책을 내놓는 것은 사고 책임을 일선 학교로 떠넘기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에 한해서 현재 연 190일로 고정돼 있는 수업 일수를 단축시키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재호 서울 도선고 교사는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고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의미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수능 이후 기말고사를 치른 뒤에는 바로 방학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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