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 개인방송 통해…추가 폭로도 예고
지난 7월까지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근무한 전직 공무원이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와 서울신문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간기업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비밀리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폭로인 데다가 추가 폭로까지 예고해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사무관 출신으로 학원 강사를 준비중이라고 밝힌 신재민씨는 30일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 했다고?’라는 제목의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가 KT&G 사장을 바꾸려 한다는 정부 문건이 입수됐다는 지난 5월 MBC 보도에 대해 “그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이 나”라고 밝혔다. 당시 MBC는 “정부가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반대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지만 기재부는 해당 보도를 “실무자가 KT&G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것은 맞지만 상부에 보고도 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해명했고 이후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신씨는 그러나 “제보했던 문건은 차관에게 보고됐던 ‘대외주의, 차관보고’라는 명칭의 문서”라며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KT&G 사장 교체건은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하면서 실패했지만 문제는 KT&G가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이고, 이는 LG나 삼성 사장 교체에 정부가 관여한 것과 다름 없다”고 강변했다. 신씨는 나아가 “더욱이 기업은행을 동원했는데,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대부분의 기업에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지시라는 것을 확신한 배경으로 그는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한 시도도 있었는데 그 건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지시한 건 중에서 KT&G 사장 교체 건은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건은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다른 민간기업들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신씨는 “민영화된 기업인 KT와 포스코 등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도 있었다”며 “실제 그 지시는 차관이 배석한 자리에서 일어났고 (직접) 옆에서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폭로 이유에 대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때 국민들은 국가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시장에 개입하려는 것에 분노했던 것”이라며 “민간기업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과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신씨는 “KT&G건 외 이번 정권 들어서 몇 건 더 있었다”며 “촛불시위로 들어선 정부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인데 어차피 영상을 찍어서 있었던 일을 올리기 시작한 만큼 몇 편 더 찍겠다”고 덧붙였다.
총 12분32초 분량의 영상에서 신씨는 자신을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 기재부에서 외국인 채권투자 관리, 기금관리 총괄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KT&G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기재부의 정당한 활동이며 인사개입을 위한 것도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문서유출행위 등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 고발 조치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