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세계 경기 하강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 둔화 전망
미국의 항공기,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중국의 컴퓨터. 이들은 기술력이 앞선 ‘명품 산업’이거나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업종이다. 단일 품목으로 전 세계 시장에 연간 1,000억 달러 이상 수출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반도체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연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2017년과 비교해 29.4% 증가한 1,267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일 제품으로 1,000억달러를 수출한 것은 독일 자동차(2004년), 일본 자동차(2007년), 중국 컴퓨터(2008년), 중국 유무선기기(2010년), 미국 항공기(2013년)에 이어 6번째다.
우리나라 반도체는 세계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IT) 기기의 메모리 탑재용량 증가, 지속적인 메모리 수요 확대로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액은 50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했고,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액이 86.4% 급증한 6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스마트기기 생산기지인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액도 18% 늘어난 209억2,000만달러였다. 특히 인도의 경우 삼성전자가 현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99.5% 급증한 1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의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6,05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 보다 5.5% 증가한 것으로, 1948년 수출 시작 이후 70년만의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연간 수출액 6,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세계 7번째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도 역대 최대인 1조1,405억달러였고, 무역수지는 704억9,000만달러로 10년 연속 흑자다. 반도체 외에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33.5%), 컴퓨터(17.3%) 등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14.2%), 미국(6.0%), 아세안(5.3%), 인도(3.7%) 베트남(1.8%) 순으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반도체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8.3% 감소해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미ㆍ중 무역분쟁,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전체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5.5%)의 절반 수준인 3.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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